유가 폭등에 전 세계가 불황에 휩싸이면서 올해 여름휴가는 경제적으로, 특히 국내 캠핑 여행으로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는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KBS2 TV의 프로그램 ‘1박 2일’의 인기도 한몫했다.
별이 쏟아지는 야외에서 수목을 벗 삼아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그야말로 신선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뎃잠을 자는 것은 생각처럼 낭만적이기만 한 일은 아니다. 차갑고 딱딱한 맨땅에서 잠을 자면 다음날 몸이 쑤시고 저리고 아프기 십상이다.
■ 야외의 낮은 기온은 혈관을 수축시켜
밖에서 잠을 자면 ‘누군가 밤새 내 몸을 발로 밟은 듯’ 뻐근한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는데다 딱딱한 바닥에서 잤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생긴다.
텐트나 평상의 딱딱한 바닥은 눕는 자세를 흐트러뜨려 척추에 악영향을 미친다. 딱딱한 바닥에서 일어나고 눕는 동작이 몸에 충격을 주는데다 허리와 바닥 사이에 공간이 생겨 척추의 S자 곡선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등과 엉덩이, 허리가 눌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근육이 경직돼 통증이 생기기 쉽다.
여름밤 산과 계곡 등지의 낮은 기온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량을 줄게 하고,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를 뻣뻣하게 만들어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산과 계속, 해변 등에서 텐트를 치려면 지면이 울퉁불퉁한 곳은 피하고 2~3㎝ 이상 두께의 에어 매트리스나 요를 깔아 바닥을 푹신하게 해주어야 한다. 단열과 습기 방지를 위해 비닐이나 방수 깔개를 까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일어날 때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지 말고, 허리가 뒤틀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옆으로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새벽에는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침낭이나 담요 등을 준비한다.
바닥이 딱딱하면 목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야외에서 잠을 잘 때는 흔히 짐을 뺀 가방, 또는 벗은 옷을 베개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베개로 사용하는 물품의 높이가 너무 높으면 경추가 과도하게 구부러지거나 인대나 근육을 당겨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베개는 목의 곡선이 C자를 유지할 수 있는 3~4㎝ 높이의 적당히 단단한 것이 좋다.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등 뒤에서 보았을 때 척추가 일자로 유지될 수 있는 높이의 베개를 사용해야 한다. 베개로 쓸 물건이 없으면 수건을 적당한 높이로 말아서 목 아래 부분에 대주는 것도 방법이다.
■ 스트레칭과 온찜질로 풀어야
야외에서 자고 난 뒤 허리나 어깨 등 근육에 갑자기 통증이 오면 우선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그런 다음 찬물이나 얼음을 감싼 수건으로 냉찜질을 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막는다.
통증이 가라앉으면 따뜻한 물이나 뜨거운 팩으로 온찜질을 한다. 온찜질은 혈관이 확장돼 통증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으므로 초기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 밤새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면서 진통 효과가 있는 파스를 사용할 수도 있다.
연세SK병원 신경외과 문병진 과장은 “이같은 처치를 했는데도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있다면 좌골신경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좌골신경통은 허리에서 다리를 지나는 좌골신경이 압력을 받아 나타나는 증상으로, 딱딱한 바닥이 허리 디스크(추간판) 내의 압력을 높여 디스크가 빠져 나오거나 디스크 안에 있는 수핵이 터져 흘러나와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다.
평소 만성 요통이 있는 사람이 춥고 딱딱한 야외에서 잠을 자면, 외부 환경의 충격을 심하게 받아 디스크 변성으로 인한 디스크 탈출증이 올 위험이 있다. 디스크 탈출증이 생겨 신경이 오래 눌리면 감각이 둔해지고, 점차 발목에 힘이 빠져 걷기가 어려워지는데, 발병 후에는 치료가 더 까다로우므로 예방이 중요하다. 만성 요통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야외 취침을 삼가야 한다.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직장인, 잘못된 자세로 공부하는 학생, 비만한 사람도 근육이 약해 야외 취침 후 근육통에 시달리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급성 근육통은 2주 정도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운동요법을 병행하면 완화된다. 하지만 가벼운 통증이라고 무시했다가는 만성으로 악화할 수 있고 치료도 힘들어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좌골신경통이나 디스크 탈출증과 같이 디스크가 원인인 경우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지만 증상에 따라 미세현미경수술과 같은 시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증세가 악화하기 전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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