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행은 스트레스 매니지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얀마 파아옥 명상센터에서 초기불교 수행을 하고 귀국해 '사마타 위파사나'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명상수행가 정명(45) 스님이 수행일기를 엮어 <구름을 헤치고 나온 달처럼> (불교정신문화원 발행)이란 책을 펴냈다. 구름을>
그가 익힌 사마타 위파사나는 남방 상좌불교 수행지침서인 <청정도론> 과 논장 <아비담마> 에 기초한 수행법으로 국내에 많이 소개된 마하시 방식이나 고엥카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아비담마> 청정도론>
초기불경에 나오는 대로 먼저 초선(初禪)에서 사선(四禪)까지 선정을 닦은 뒤 위파사나(통찰지혜) 수행을 한다. 선정과 지혜가 하나라고 보는 한국의 간화선과는 견해가 다르다.
"행복하더라구요. 하루 수행을 마치고 쉬는 순간 창 밖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에도 행복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수행이 진척될수록 행복감은 커졌습니다." 21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스님은 남방에서의 수행시절을 되새겼다.
'남방불교 선방일기'라는 부제처럼 책에는 그가 2006년 3월부터 13개월간 남방불교 수행을 대표하는 미얀마의 선방에서 수행을 통해 체험한 마음의 변화와 남방불교 속에 보존되고 있는 초기불교가 정리돼있다.
스님들 가운데 자신의 수행일기를 내놓는 이는 드물다. "자기 경험을 드러내는 것은 지갑 속에 돈이 얼마나 되는 지 공개하는 것과 같아 두렵습니다. 하지만 왜곡되지 않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습니다."
그는 노트북컴퓨터로 매일매일 수행일기를 썼고 귀국 후 이를 본 주변 스님들의 권유로 한국불교신문에 연재하다 책을 내게 됐다.
책에는 그가 수행의 과정을 거치면서 체험한 놀라운 내용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나무와 돌과 흙과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물이 모두 궁극적 실재로서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너와 나, 생물과 무생물 모두 근본적인 물질들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인연에 따라 조건지워진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가 말하는 수행의 경지는 고원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현대말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행복한 상태에서 머무르는 것이 수행이라고 그는 풀이했다.
"그러려면 우선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다음으로 마음집중을 키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고, 마지막으로 위파사나로 내 몸과 마음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나를 힘들게 하고 움켜쥐게 하는 그 무엇이 점점 약해지게 됩니다."
그는 현대인의 고통은 기대치와 현실의 갭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달성되지 않는 기대치를 이루려고 하니 얼마나 힘이 듭니까. 알면서도 이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수행은 마음의 힘을 키워 기대치를 움켜쥐려고 하는 마음을 쉬게 합니다. 일하는 순간 백 퍼센트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놓아버릴 수 있게 되면 괴롭지 않게 됩니다."
허공과 같이,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살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출가하기 전에는 신경질이 한번 나면 온몸이 지칠 때까지 일주일이나 지속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신경질이 났다고 아는 순간 스르르 사라지고 맙니다. 입가에는 항상 미소가 번집니다."
수행한 후 집중력이 높아졌고,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빠르게 빠져 나오게 됐으며, 수행자로서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책에서는 남방의 스님들이 모기나 개미 한 마리 죽이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미국과 영국에서 명상지도를 하고 돌아온 70대의 늙은 선원장이 계를 어겼다며 스스로 일주일에 걸쳐 수백명의 제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회를 하는 등 초기불교 전통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남방불교의 모습을 전해준다.
부친의 죽음을 보고 '죽을 때 가는 곳이나 알아야 겠다'고 출가한 그는 이제 그동안 수행을 통해 알게 된 것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생각이다. 열린선원, 상락향수도원 등 여러 사찰에서 수행을 지도해온 그는 내달 경북 김천시에 조그만 수행처를 열 계획이다. 구름을 헤치고 나온 달처럼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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