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맥상이다. 공모제를 확대했고, 사장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가 가동됐지만 다 허사였다.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며 재공모, 심지어 재재공모까지 들어간 것이 결국엔 “어떻게 하면 내 사람을 심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결과였을 뿐임이 확인됐다. 수치로 확인된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사 난맥상은 더 심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재 진행중인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A씨가 확실히 줄을 섰다더라” “B씨가 내정이 됐다더라”는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보은 인사
지금까지 드러난 측근 배려 인사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수적으로 가장 많은 것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과 자문위원을 지낸 이들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원이야 아무나 할 수 없지만 자문위원은 인맥만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며 “기를 쓰고 자문위원이나 전문위원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도 한 축이다. 공헌도로 따지자면 뒤늦게 젓가락을 얹은 인수위 자문위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은 대선캠프에 참여한 것은 물론 부인이 소망교회 신자로 알려지면서 일찌감치 내정설이 나돌았고, 정국록 아리랑TV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최규철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구본홍 YTN 사장 등은 언론 및 방송특보를 맡았던 이들이다.
마지막 유형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친분을 맺어왔던 이들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통령의 측근. 사실상 경쟁자 없이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 무혈입성했다. 이종상 토지공사 사장은 서울시 요직을 두루 거치며 친분을 쌓았고, 강경호 코레일 사장은 이 대통령 서울시장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역 편중, 관료 우대
분석 대상 50명의 신임 공공기관장 중에 영남 출신이 무려 29명에 달한다. 지역 안배는 애당초 안중에 없었다는 얘기다. 서울ㆍ경기 출신 인사가 7명으로 뒤를 이었고, 호남 출신은 불과 6명이었다. 그러다 보니 영남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서울대 출신이 2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연세대(7명)에 이어 영남대가 고려대(이상 3명)와 함께 뒤를 이었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료들의 응집력도 이번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정부는 당초 공모제 활성화기관을 지정하면서, “가급적 민간 출신으로 선임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관료들의 파워에 밀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간우대 원칙을 공언했던 기획재정부는 산하 두 기관(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모두를 관료들에게 내줬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공공기관장 공모가 진행 중이거나 공모 착수를 앞두고 있는 기관은 모두 130개 기관. 지금까지 인선된 기관장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인사 난맥상은 향후 인선 과정에서도 재연될 조짐이 농후하다. 이미 낙하산 설들이 파다하다. 정형근 전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권오을 전 의원과 김광원 전 의원은 한국마사회장과 농촌공사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는 광업진흥공사 사장에는 인수위에 참여한 바 있는 김신종 전 산자부 무역위 상임위원의 낙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기획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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