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출범 5개월을 맞는 이명박 정부의 초반 성적이 너무도 초라하다. 업적으로 쳐줄 만한 성과를 꼽을래야 꼽을 게 없다. 미국산 쇠고기 졸속협상 파동을 시작으로 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을 뿐이다. 역대 최다 표차로 당선된 직후의 자신감과 여건으로 봐선 산뜻하게 국정 운영을 시작할 법도 했는데, 많은 이들에게 실망만 안겨 주고 있는 꼴이다.
이 대통령은 호된 시련을 겪은 뒤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개편에 이어 체제 보완과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시늉에 그친 인적 쇄신은 다시 한 번 국민을 실망시켰지만, 총리실 기능 강화와 청와대 내 국가위기상황센터 운용 등은 일단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애초 깊은 고려 없이 밀어붙인 정부조직 졸속 개편이 국정난맥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정권 출범 6개월도 안 돼 시스템과 기능을 다시 뜯어고치는 게 좋은 모양은 아니지만 잘못된 것은 하루라도 일찍 시정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리더십이다. 일선 현장에까지 뛰어다니면서 대통령이 현안을 직접 챙기니 장관 등 정부 내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손을 놓고 지켜봤던 게 그간의 상황이다. 지난 5개월 간 국정에 ‘장관은 없고 대통령만 있었다’는 지적(한국일보 23일자 5면) 그대로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 당시에는 조직을 슬림화하는 대신 각 부처 장관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취임 후 실제로는 수레바퀴의 중심 축처럼 국정을 혼자서 끌고 가려 하고 있다. 기업 운영에 통했던 것이 국정 운영에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리더십과 상황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초반의 실점을 만회하고 향후 국정을 잘 운영해 나가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많은 국민들이 아직까지는 ‘몸이 덜 풀려서’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일 것이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실수를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과대 포장된 실력을 의심 받게 되고, 추락한 지지를 만회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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