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학술회의 참가 차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다. 각목 쌓아 올리듯 올라가는 건물은 우리를 충분히 감탄하게 만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사회 각 부문의 하드웨어(시설과 건물 등 인프라)와 더불어 소프트웨어(새로운 제도, 인식과 규칙, 기술, 학문 등)도 막강한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들의 저력은 대체 언제까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인가?
대학원 때의 친구는 일제 차를 몰고 나왔다. 동문수학했던 중국인 친구들마다 고급 차를 갖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내가 친구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 줬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갑자기 위축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친구 같은 외제차를 살 수 있을까.’매끼 식사마다 내가 답례할 수 없을 정도의 호화 음식점에서 대접 받았다. 식당은 중국식 가구로 치장되어 있었고 방마다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는 고급 식당이었다. 상하이 곳곳에 이러한 식당들이 즐비했다.
인재 우대 정책에 따라 각 지방 정부는 호구(호적) 제공을 시작으로 최고의 사회적ㆍ물질적 대우를 제공해 주는 조건을 내세워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민폐 만 원 단위가 넘어선 대학 교수들의 급여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실력만 있으면,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과학 기술과 학문 소양을 갖추기만 하면 중국은 만금(萬金)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같은 인재 중시의 관념 개혁이 혁명의 불꽃같이 당국과 인민들 의식의 저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학술대회였다. 국내외 관련 학자 수백 명을 초청했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식사와 호텔을 제공했다. 학술대회를 주최한 대학교의 센터는 학교 내의 많은 연구 센터 중 하나에 불과했다.
더욱 놀라게 만든 것 중의 압권은 이제 신진급 학자들이 이러한 학술대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재도 많고, 돈도 많고, 투자도 많았다. 대학교 교정에 울창한 숲처럼 늘어선 건물들은 제각기 증여자들의 이름을 따 붙였다.
중국은 경제 개혁에 발동을 건 이래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정치 개혁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사회 전체의 개혁이 그 다음 단계의 아젠다로 마치 선순환의 사슬같이 속속 추진되고 있었다. 학문의 개혁과 대학의 개혁은 그 중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언론은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의 대학 개혁 방안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중국 학문의 지존이라는 베이징대학교 강연에서 어느 저명한 경제학자는 “대학의 개혁은 정치과목 폐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여 대학생들로부터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하며 매우 만족스런 웃음을 보여준 친구들에게서 옛날이라 봐야 불과 10년 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자신만만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저력을 말 그대로 감수(感受)했다.
현대적 의미에서 우리의 개혁의 역사는 중국보다 길다. 그러나 공산당의 ‘영원한 영도’를 위호(衛護)하기 위해 시작했던 경제개발이 이제는 공산당과 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를 가급적 ‘엷게’ ‘모르게’ 처리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사회주의 경험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상옥 전주대 교수ㆍ중국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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