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뉴욕 맨해튼 해변. 긴급 출동한 경찰은 수영하던 17세 아가씨를 붙잡았다. “당신을 공공장소에서 알몸으로 수영한 혐의로 체포합니다.” <뉴욕타임스> 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누드 수영 사건을 대서특필했고, 사건의 장본인은 올림픽 수영 영웅 에셀다 블레이브트레이(1902~1978)였다. 뉴욕타임스>
블레이브트레이가 입은 수영복은 오늘날 촌스럽다는 원피스형. 물 속에 들어가기 전 스타킹을 벗어 허벅지를 드러난 게 문제였다. 여자가 수영할 때 바지나 치마를 입던 시절이라 허벅지를 노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블레이브트레이의 허벅지 노출 사건은 오늘날 발가벗고 수영하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여론의 도움으로 감옥행을 모면한 블레이브트레이는 1920년 앤트워프올림픽에서 여자 수영에 걸린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자유형 100m와 300m 그리고 400m 계영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배영 세계기록을 갖고 있던 블레이브트레이는 “배영도 올림픽 종목이었다면 4관왕을 차지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여자가 올림픽 수영에 참가한 건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부터. 육상이 1920년 앤트워프올림픽부터 여자가 출전한 것과 비교하면 8년이나 앞선다. 무릎까지 노출한 수영복을 입는다는 이유로 수영 경기장은 관중이 들끓었다. 그러나 미국은 여자가 무릎을 드러내는 건 부도덕하다며 여자 수영 출전을 거부했다.
여자의 몸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몰려드는 관중과 여자의 몸을 드러내는 건 죄악이라는 사회 분위기는 묘한 긴장을 일으켰다. 당시 수영복의 길이는 사회 통념과의 투쟁이었던 셈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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