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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머나먼 쏭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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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머나먼 쏭바강

입력
2008.07.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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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한 / 이가서

이준익 감독이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 ‘님은 먼곳에’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신중현이 만들고 김추자가 불렀던 동명 노래가 입안에 맴돌더니, 작가 박영한(1947~2006)이 문득 떠오른다. 한수산의 <부초> 에 이어 제2회 오늘의작가상을 받고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됐던 <머나먼 쏭바강> 을 그가 발표한 것이 1978년이니 올해로 30년이다. <머나먼 쏭바강> 은 한국문학에서 최초로 베트남전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1970년대말의 한국에서 베트남전을 맹목의, 비인간적인, 이데올로기의 대리전이자 강대국의 청부전으로 그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 파월장병 황일천과 베트남 여인 빅 뚜이의 사랑을 배면으로 전쟁 한가운데 인간군상의 모습, 전쟁의 아픔이 생생하다.

박영한은 온몸으로 소설을 쓴 작가였다. <머나먼 쏭바강> 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고교 졸업 후 3년간 부랑생활을 하다 대학에 들어간 그가 도피처럼 자원 참전했던 베트남전의 경험이고, <지상의 방 한 칸> 은 마음놓고 글 쓸 수 있는 방 한 칸을 구하기 위해 대도시 변두리를 떠돌며 10년간 12번이나 셋방을 전전해야 했던 궁핍한 소설가 자신의 체험이다.

박영한과 그의 연작소설 <왕룽일가> <우묵배미의 사랑> 을 들고 남양주로 능곡으로 문학기행을 갔던 것이 2000년 겨울이다. 그때 그는 힘든 세월에 자신이 만났던 우리 사회의 변두리 인생들, 이웃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그들은 민들레처럼 깃털을 갖고 있다. 살아남기 위하여, 그리고 쉽사리 짓밟히지 않고 잊혀지지 않기 위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깃털을 갖고 있다.” 박영한은 그들의 모습을 ‘생짜배기 알몸뚱이’ 그대로 기록하되, 연민과 해학으로 갈무리했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우묵배미의 ‘쿠웨이트 박’과 ‘은실네’는 바로 박영한이 그려낸 지난 한 시절 우리 이웃, 우리 자신의 초상이다.

2년 전 그 깃털마저 놓아버리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을 듣고는, 오랫동안 가슴이 아렸다. “문학이 암보다 더 고통스럽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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