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의 단편소설 <여제자> 를 원작으로 한 1999년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이 10년여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22일 개막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은 영화가 그랬듯 60년대 어느 시골 초등학교 초임교사 강동수(오만석, 조정석)와 16세 늦깎이 여제자 최홍연(이정미, 장은아)의 순수한 만남을 그린다. 내> 내> 여제자>
홍연은 자신을 아가씨라 부르며 길을 물어온 총각 선생님 동수에게 반하지만 동수의 마음은 연상의 양호선생님 양수정(임강희)을 향해 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축이자 이 작품의 가장 큰 수확은 그간 창작 뮤지컬에서 접할 수 없었던 완성도 높은 음악이다. 소풍으로 표현된 봄과 야외 영화 상영으로 묘사된 여름, 운동회로 상징되는 가을과 눈 내리는 겨울로의 시간의 변화는 세련된 선율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렀다.
비록 기억에 강하게 남는 넘버는 없었지만 주인공의 말 사이에 끼어 들었다 잠시 사라지고 심리를 묘사하는 배경음과 노래로 다시 등장하는 전체적인 흐름은 기존 창작 뮤지컬에서 보지 못했던 음악적 화법으로, 일종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다. 한 공간에 두 가지 사건, 또는 두 가지 시점을 동시에 배치해 뮤지컬 특유의 앙상블을 살린 몇몇 장면도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기술적 이음매에 비해 서정적 연결 고리가 느슨해 극의 흡인력이 떨어진 점은 아쉽다. 영화보다 볼거리 위주인 뮤지컬은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보다는 소풍, 운동회 등 에피소드 위주로 흘러가기 마련이겠으나 문제는 디테일이다.
소풍이나 운동회는 등장 그 자체로도 추억이 될 수 있지만 영화에서처럼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같은 그 속의 소소한 사건들이 덧대어질 때 관객은 향수를 느끼게 된다.
게다가 원작의 큰 줄기는 따르되 대사와 캐릭터를 영화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야기의 비약도 불가피했을 터다. 뮤지컬의 세련된 형식에 대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지금, 이제 뮤지컬 기획자들도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 트렌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설 때가 되지 않았을까. 공연은 9월 11일까지. 1577-5266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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