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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하, 모피·가죽의류만은 제발…" 伊동물환경지킴이협회, 온라인 서명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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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하, 모피·가죽의류만은 제발…" 伊동물환경지킴이협회, 온라인 서명 운동

입력
2008.07.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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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하, 인류 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사랑해 주세요.”

세계 가톨릭 교단의 수장 베네딕토 16세(81)가 이탈리아의 동물보호단체로 인해 상당한 곤욕를 치르게 됐다.

이탈리아의 동물환경지킴이협회(AIDAA)가 바티칸에서 종교 의식을 행하는 동안 교황을 비롯한 추기경과 사제들이 일절 모피로 된 의상과 모자 등을 착용하지 말라고 청원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AFP통신이 22일 전한 바에 따르면, AIDAA는 전날 바티칸에서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것을 모두 추방하는 이 같은 캠페인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로렌조 크로체 AIDDA 회장은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이번 청원의 목적에 관해 “베네딕토 16세가 늘 전하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에 작지만 대단히 의미 깊은 자기희생을 통해 동물과 환경의 보호를 향한 강한 신호를 보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로체 회장은 AIDDA가 교황에 대한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여겨질 줄도 모르지만 결코 반 종교적인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선출된 이래 전통적인 다양한 옷과 모자를 입거나 쓰고 공석에 등장해 왔다. 교황의 의상과 모자, 신발들은 오래 전부터 역대 교황들이 착용해온 만큼 최신 소재보다는 동물 모피를 많아 사용하고 있다. 특히 교황이 겨울에 흰담비의 모피로 가장자리를 두른 붉은색 벨벳 망토를 즐겨 두르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일각에선 베네딕토 16세의 옷차림이 지나치게 격식을 따지는 옛날 스타일이라며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편안한 옷차림과 비교하고 있다.

더구나 19세기 교황들이나 쓸 법한 흰담비 털로 장식된 빨간색 모자를 착용하는 등 옛 복식 스타일을 고집하는 베네딕토 16세의 옷입기는 사치스럽고 현재의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달 말에는 유명 브랜드 프라다의 가죽신발을 신고 다닌다는 기사까지 나와 바티칸이 직접 해명에 나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작년에는 패션잡지 에스콰이어에 의해 교황의 붉은색 가죽신에 대해 패션감각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선정한 바 있다. AIDAA는 바티칸에 청원을 넣기 위한 서명을 모으는 별도의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크로체 회장은 오는 9월 그때까지 접수한 서명을 첨부해 교황에 직접 모피로 된 물건을 걸치지 말라고 탄원할 방침이다.

바티칸은 교황의 패션에 관한 잇단 보도가 그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고급스럽게 묘사, 서민이 가깝게 할 수 없도록 분위기를 조장하는 터에 동물보호단체까지 나서 모피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9일 동안의 호주 방문을 마치고 21일 늦게 바티칸으로 귀환했다. 교황은 호주에서 신자 5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고 현지 사제들이 어린이를 성적으로 학대한데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물론 희생자들을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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