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를 타고 순찰나가면 어린이들이 손을 흔들며 쫓아와요. 총탄이 빗발치는 전투를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지난해 10월 이라크에 파병돼 바그다드의 한 초소에서 복무중인 미 육군의 그로버 게파르트(21) 상병은 이라크 군 복무에 회의감을 떨칠 수 없다.
파병 당시 그가 이라크에서 맡은 임무는 바그다드 시내를 순찰하는 게 사실상 전부였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중인 형이 “탈레반과 교전을 벌이며 지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프간으로 근무지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라크 치안이 눈에 띄게 호전되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 중 상당수가 ‘따분한’ 이라크 근무 대신 아프간으로의 복무지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5월 한달간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는 19명. 2003년 3월 개전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전투가 치열했던 2004년 한달 평균 71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에 비하면 기록적으로 낮아졌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지속적으로 치안을 강화한데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정국 장악력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치안이 호전된 것이 일부 미군들에게는 희소식만은 아니다.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바그다드에 복무중인 칼 퀘첸마이스터 소위는 “적지 않은 사병과 장교들이 경력 관리 등을 이유로 아프간으로 근무지를 옮기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AFP 통신 등은 이와 관련, 최근 아프간 전황이 악화되면서 이들의 희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미군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만간 아프간에 추가 파병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최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일부를 아프간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15만명으로 아프간 주둔 미군의 3만 6,000명보다 4배 이상 많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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