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문제를 놓고 대치하던 미국과 이란이 처음으로 직접 대화에 나섰다. 그제 제네바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 이란의 핵 협상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대표와 함께 윌리엄 번스 미 국무차관이 참석, 1980년 국교 단절 이후 첫 공식 대화를 했다. 이날 회담에서 이란은 핵 동결 제안에 분명히 답하지 않았으나 2주일 뒤 재협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위험한 대치로 치닫던 이란 핵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미ㆍ이란 직접대화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당장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치솟던 유가가 지난 주 갑자기 떨어진 데는 수요감소 예상과 함께 미ㆍ이란 관계개선 조짐이 작용했다. 얼마 전 이스라엘이 핵 시설 폭격 가능성을 공개 거론했을 때는 유가가 하루 만에 11달러나 급등했다. 세계 2위 석유 매장국 이란과의 전쟁이 실제로 벌어지면 유가는 200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가 동향과 관계없이 미ㆍ이란 직접대화는 부시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제네바 회담에 앞서 국제 언론은 부시 행정부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 이익대표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관리들도 이란과의 ‘인적관계’ 수립을 거론, 30년 만의 관계회복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런 움직임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못지않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루던 이란 핵 문제를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관측을 낳았다.
이런 전망은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이란 공격은 지역정세 안정을 해친다”며 이스라엘의 선제폭격 움직임을 경고한 사실이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최근 ‘공격 임박’설이 부쩍 많았던 것도 이란 측의 타협을 압박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미ㆍ이란 관계의 극적인 변화 조짐은 북ㆍ미 관계의 향방과도 맞물려 있다고 본다. 임기 말 부시 행정부의 외교ㆍ전략적 마무리 포석을 정확히 분석, 예측해 적극적으로 대북 정책을 펴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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