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일본 정부는 경영난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일본 4대 은행 레조나를 170억달러(약 17조원)의 공적 자금을 퍼부어 회생시켰다. 당시 일본 정부의 논리는 두 업체가 “쓰러지기에는 너무 크다(too big to fail)”는 것이었다. 그러자 미 정부는 “쓰러져야 할 기업은 쓰러지는 게 시장 원리이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세금 인상과 재정난 등의 후유증에 시달렸다.
미국은 5년 전 자신이 한 경고를 까맣게 잊은 것일까.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위기에 빠진 국책 주택 대출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면서 미 경제가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 심각한 후유증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미 정부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지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자면 달러를 더 찍어내야 할 것”이라며 “새로 발행된 달러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거쳐 시중에 유통되면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그렇지 않아도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국 서민들은 삶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에 대한 지원이 고금리 시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두 업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면 미 정부의 부채가 현재의 9조 4,000억달러를 훨씬 초과, 해외시장에서 미 정부의 상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며 “이 경우 미 정부는 채권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경제에 고금리 쇼크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예상되는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지원에 내세우는 논리는 역설적이게도 두 업체가 “쓰러지기에는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마불사론’을 비난한 미국이 스스로 대마불사론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AP통신은 “미 주택 대출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시장 원리에 따라 문을 닫게 하면 미 주택 시장은 물론이고 부동산, 금융 등 미국의 경제 전반에 일대 충격이 올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미 정부가 그간 강조했던 시장 원리를 스스로 뒤집어야 할 정도로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