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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개헌 시기상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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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개헌 시기상조론'

입력
2008.07.2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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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내에서 개헌의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자마자 곧바로 시기상조론이 대두되고 있다. 개헌논의의 시점을 놓고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개헌이 국가 기본 골격을 다시 세우고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것이기에 여러 정치세력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무수한 논란과 다툼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개헌논의 시점부터 그렇다. 조기 개헌논의 주장이 세를 형성하자 그에 대항해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18일 한 라디오에 출연, “개헌논의는 내년이나 후 내년에 해도 늦지 않다”며 “개헌에는 공감하지만 경제난국을 해결하고 국가적 아젠다를 풀어낸 이후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국가적으로 얼마나 어렵냐”며 “국민은 물가, 경제, 일자리를 걱정하는데 의원들이 모여서 ‘대통령을 어떻게 하나, 임기를 늘이자 말자’하면 좋겠느냐”고 지적했다.

개헌은 해야겠지만 현 시점의 개헌논의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이는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주류와 청와대의 입장이기도 하다. “개헌 논의는 빠를수록 좋다”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일부 친박 의원들의 입장과도 선명히 대비된다.

한나라당 주류측은 조기 개헌논의가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개헌 논쟁이 불붙으면 ‘블랙홀’처럼 엄청난 흡입력으로 국민적 관심을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현 정권은 제대로 일 한번 못해 보고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2012년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는 내용으로 개헌이 이뤄지면 이 대통령의 임기가 단축될 수밖에 없고, 여당 주류측에서 이를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들과 다소 상반된 시각에서 개헌논의 신중론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여당이 국면전환을 위해 개헌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개헌 저지선도 확보하지 못했는데 한나라당은 국면을 전환하고 영구집권을 위해서 밀어붙이려는 정략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민주당은 이를 철저히 감시하면서 과연 개헌을 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 시기를 당론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각각 입장에서 나온 개헌논의 신중론과 이견들은 개헌논의가 거쳐야 할 험로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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