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이틀 급락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 당 134.60달러로 하락했다. 전날에도 배럴당 138.74달러로 전일 대비 6.44달러 떨어졌다.
이날 유가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2억9,690만배럴에서 300만배럴이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국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지난 10일 최고치인 147.27달러 대비 8.6%, 12.67달러 급락했다. 덩달아 우리가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6달러 이상 떨어진 134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WTI 영향을 하루 늦게 받는 두바이유 특성을 감안하면 18일 두바이유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연이틀 추락하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하반기 유가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틀치 변동만으로 추세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몇 가지 요인 때문에 전망을 다르게 보고 있다.
● 더 떨어진다
유가 하락을 기대하는 쪽은 유가 상승의 요인이었던 투기 자금의 이탈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기 침체 발언과 16일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투기 자금을 위축시켜 유가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경기침체는 결국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유류 소비가 줄면서 유가에 유입된 투기 자금이 빠져나가게 만든다. 또 금리 인상은 달러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투기 자본의 이동을 불러 유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 추진중인 투기자금 규제법 또한 투기자금에 심리적 영향을 미쳐 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며 “배럴당 10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라더스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능가할 것으로 보고 유가가 다음해까지 배럴당 83달러로 내리고 2010년 70~80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올라간다
유가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우선 계절적 요인에 주목한다. 원유 시장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허리케인 시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시즌이란 8~10월 동안 미국에 집중적으로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시기. 2005년에 허리케인 카타리나가 천연가스 생산지인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한 뒤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미 기상청이 8, 9월께 대형 허리케인을 예고하고 있어 이 같은 불안을 짙게 하고 있다. 또 유류 소비가 늘어나는 4분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하반기 유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이스라엘간 정치적 긴장 고조, 나이지리아 반군들의 에사크라보스 원유 생산 시설 공격 등도 원유 공급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최근 브라질 원유 생산시설에서 5일 동안 파업이 있었으며 13만배럴 이상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며 “허리케인 시즌과 불안한 세계 정세 때문에 하반기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IA, 미 캠브리지 에너지연구소 등 국제 전문 기관들도 같은 이유로 하반기 유가를 배럴당 136~145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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