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도 채 남지 않은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을 지켜보면서 “중국이라는 대국이 올림픽 하나에 이렇게까지 매달려야 하나”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지금 중국 정부는 10만 명의 군병력과 경찰, 무장경찰, 반테러 부대를 투입해 베이징을 지키고 있다. 여기에 140만명의 자원봉사자, 지역별 주민위원회 등이 군과 경찰의 안전업무를 돕는다. 민간인들은 수상한 이들을 신고하도록 교육 받는다. 홍콩의 중국 전문가인 윌리 람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인민전쟁론이 부활했다”고 말할 정도이다. 팔로군의 유격전을 바탕으로 개념화된 인민전쟁론은 군과 민간이 함께 전쟁을 치른다는 이론이다.
인민전쟁식 ‘통제 올림픽’ 준비
올림픽은 베이징의 모든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일례로 베이징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한 지인은 이사를 올림픽 이후로 미루었다. 통상 한국행 이삿짐은 톈진(天津) 등 항구를 통해 배로 옮겨지는데, 베이징을 드나드는 화물차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바람에 이사 차량이용 비용이 두 세배 뛰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때문에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화물 통관 등도 상당 부분 중단되고 있다. 불법 복제 DVD를 팔거나 불법 택시영업을 해오던 도시 빈민들은 도시에서 사라진 지 꽤 됐다.
이런 풍경은 정부가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던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당시의 미국과 대비된다. 세계 3위 경제 대국이기는 하지만 남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 중국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정부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시민들조차 올림픽 안전을 못 미더워 한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몇몇 중국 지인들은 올림픽 기간에 베이징을 떠나 있겠다고 하거나 테러 등에 취약한 지하철을 가급적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에 가지 않고 TV로 경기를 지켜보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공권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증거이다. 최근 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한 몇몇 집단행동과 돌발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한 여중생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구이저우(貴州)성 웡안(甕安)현 집단 시위사건에서 주민들은 공안 수사 결과를 불신하면서 경찰서를 습격했다. 현지 공안국장은 “공안은 지난해 발생한 강력사건들 중 한 건도 해결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신이 엄청났다”며 사건 원인이 공안의 무능에 있음을 시인했다.
2일에는 상하이(上海) 공안에 연행돼 집단 구타를 당했던 한 청년이 상하이의 한 파출소에 난입, 경찰 6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청년이 집단 구타를 당해 성불구가 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동정여론이 거세다.
공권력 강화 빚을 저신뢰 사회
결국 허술한 국가행정체계와 국민의 낮은 정부 신뢰도, 여기에 3월 티베트 사태를 계기로 고개를 드는 분리주의운동 등이 결합해 지금의 올림픽 분위기를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베이징의 분위기는 지금과 크게 달랐다. 한국 등 과거 개최국들처럼 올림픽을 통해 시민의식과 사회 시스템을 끌어올려 국가전반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분위기로 충만했었다. 하지만 이 기대는 티베트 사태라는 변수 한 방에 날아가거나 유보됐다. 윌리 람은 “이제는 누구도 한국의 민주적 발전을 가져온 88년 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을 비교하지 않는다”며 “올림픽을 계기로 강화된 공권력의 통제가 향후 중국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