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사상 첫 올림픽 단식 2연패를 노리고 있는 유승민(26ㆍ삼성생명) 앞에는 커다란 ‘만리장성’이 놓여 있다.
바로 지난 해 10월부터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중국 탁구의 희망 왕하오(25)다. 유승민은 최근 몇 년간 왕하오에게 철저히 눌렸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승리(4-2)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후 왕하오와 10번 싸워 모두 패했다. 왕하오와의 통산 전적도 2승16패로 절대적인 열세다.
세계 8위인 유승민은 4강 시드를 받지 못해 16강부터 마린(2위), 왕리친(3위), 티모 볼(6위) 등 세계 톱랭커들과 격돌하게 된다. 세계 10위권의 정상급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차다. 그러나 2연패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왕하오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왕하오의 가장 큰 무기는 이면타법이다. 중국 선수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면타법은 보통 때는 손목을 돌려 일반 백핸드를 구사하지만 공격 때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평소 쓰지 않는 라켓 뒷면을 사용하는 것이다. 뒷면은 재질이 전혀 다른 고무로 돼 있어 여기에 맞은 공은 속도와 스핀이 급격히 빨라진다.
왕하오는 아테네올림픽 당시만 해도 이면타법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으나 지금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중국의 안방에서 열리는 점도 유승민에게는 불리하다. 심판의 판정,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등 텃세를 극복해야 한다.
유승민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유승민은 지난 9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중국 탁구가 세계 최강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더욱 발전해 4년 전보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디펜딩 챔피언다운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승민은 “중국 선수들도 사람이기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오히려 안방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까지 남자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며 오랫동안 유승민과 호흡을 맞춰왔던 유남규 코치가 최근 대표팀에 합류한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18일까지 경남 김해캠프에서 서상길 감독, 유남규 코치와 함께 막바지 구슬땀을 흘린 유승민은 2연패 신화창조를 위해 내달 10일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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