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수가 없다”.
‘서민생활 반 토막’ 시대, 전문가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주가 폭락, 금리 급등, 부동산가격 하락, 실질소득 감소 등 악재가 켜켜이 쌓인 상황에서 재테크는 되려 사치처럼 여겨진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할 순 없는 일. 냉정을 되찾을 때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움직이면 오히려 손실만 더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짭짤한 수익을 안겼던 지난 3년간의 호황을 잊고 손실을 줄이는 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추라고 입을 모은다.
빚은 최대한 갚아라
첫 단추는 전체 자산에서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부터 꿰야 한다. 현금이 있다면 투자는 잊고 빚부터 갚는 게 좋다. 예측 불가능한 수익보단 확정손실을 줄이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예ㆍ적금은 빼서 부채를 한푼이라도 줄이는 게 낫다.
주택대출자에겐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가 고민이다. 올 하반기까지는 금리가 오르겠지만장기적으론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해 금리가 하향할 것이란 전망은 대세다. “단기로 빌린다면 하반기 금리 인상을 고려해 고정이나 금리상한 상품을 활용하는 게 맞고, 장기 대출이라면 내년 내후년엔 금리가 내려갈 확률이 높아 변동이 낫다”(공성율 국민은행 재테크팀장)는 조언이 많다. 신상근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 파트장은 “자신의 현금 흐름에 따라 소득대비 대출비중이 높은 사람은 예측 가능한 고정이 낫고, 월 지출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면 변동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펀드는 차근차근 쪼개라
환매를 택하기엔 이미 늦었다. 더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 빼면 손실이 더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해 ‘펀드 열풍’에 편승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고통이 유독 극심한 건 소위 ‘몰빵’ 투자 때문이다. 중국펀드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때문에 금융자산이 반토막이 났다는 고객들은 운용회사와 상품 이름만 다를 뿐 대부분 한 지역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펀드 불균형부터 해소해야 한다. “예컨대 중국펀드에 100이 들어가있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줄어들면 2, 3회에 걸쳐 10~15%씩 빼내 지나친 집중을 막으라”(공성율 팀장)는 것이다. 가격이 떨어졌다고 같은 상품을 오히려 더 사는 식(이른바 ‘물타기’)으로 성공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확보한 현금은 급한 불부터 끄거나 빚을 정리하는데 쓰는 게 좋다. 어차피 펀드는 금융회사에 운용을 일임한 투자 수단이라 긍정 혹은 부정의 전망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만약 투자여력이 있다면 생소한 해외보단 친숙한 국내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신상근 파트장) 특히 펀드에 묶인 자금이 1, 2년 이상 갈 수 있는 돈이라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
주식은 힘들더라도 묻어둬라
주가지수는 1,500선까지 밀렸지만 낙관론은 여전하다. 1, 2차 오일쇼크 때도 단기간엔 인플레이션에 강한 현물시장이 좋았지만 결국엔 주식이 가장 좋은 수익을 안겼다는 믿음 때문이다. 더구나 직접투자는 아무리 많이 빠졌다 하더라도 부채와 달리 아직 확정된 손실은 아니다. 오히려 투매하는 순간 손실이 눈덩이가 될 수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 10월이면 인플레가 통제권 안으로 들어와 시장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 혼돈의 시기를 인내하면 4분기엔 기회가 올 것”(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 “주식과 상품, 부동산 등 여러 위험자산 중 주식이 여전히 매력적”(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이라는 진단도 있다.
부동산은 당분간 잊어라
내집마련 수요자나 투자자들은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는 것이 낫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지금은 대출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때"라며 “올 하반기 집값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어설픈 투자는 자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관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투자 대상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시장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무조건 수익성을 쫓기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환금성, 유동성이 뛰어난 곳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현금을 확보해 두었다가 급매나 경매로 나오는 부동산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금리가 오를때는 빚을 내 상가, 오피스텔 등에 투자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