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의 올림픽’’로 불리는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가 21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개막한다. 1928년 출범한 세계언어학자대회는 세계언어학자 상임위원회(CIPL)가 주관하는 언어학계 최대 대회로 5년마다 열린다.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는 일본(도쿄ㆍ1982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열리는 대회. 70여개국 1,500여명의 학자들이 800여편에 이르는 논문을 발표하는 매머드급 국제학술행사다. 10개 분야의 지정주제 논문 발표, 18개의 주제별 워크숍 등 ‘언어학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 세계화의 확산에 따라 높아져가는 언어 통일성에 대한 압박과 사멸위기에 놓인 소수민족 언어보존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라는 세계언어학계의 오랜 과제를 놓고 난상토론이 펼쳐지게 된다. 영어가 세계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처럼 여겨지고 있는 시점에서 각 인종의 민족 및 문화정체성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어의 위상과 관련해 한국어와 주변 다른 언어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식에서는 수전 로메인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 수전 피셔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진 애치슨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 세계적인 언어학자 8명의 특별초청강연이 진행된다. 언어학의 세부갈래인 통사론, 음운론, 의미론 연구의 석학인 로렌스 혼 미국 예일대 교수, 그리쯔고르쯔 도길 독일 스튜트가르트대 교수, 이기용 고려대 교수 등도 이번 대회에 초청됐다. 세계언어학자대회의 공식언어는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어로도 발표한다.
이번 대회는 한국의 언어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익환 연세대 명예교수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언어의 해’에 언어올림픽을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국내의 현안인 영어공용화론이나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성찰의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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