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한국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전멸 위기에 처했다.
국내 유일의 IOC 위원인 이건희(66) 삼성그룹 회장이 16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 받음에 따라 가뜩이나 위축된 한국의 스포츠 외교는 향후 국제무대에서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됐다.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김운용, 박용성 IOC 위원이 모두 사퇴한 가운데 이건희 회장마저 IOC 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베이징올림픽부터 IOC 위원 공백사태를 빚게 됐다.
IOC는 그 동안 유죄 판결을 받은 위원들에게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에 따라 가차없이 징계를 내렸다. 2001년 취임 이후 IOC 위원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온 자크 로게 위원장은 2005년 프랑스의 기 드뤼 위원과 2006년 박용성 위원에게도 각각 일시 자격정지를 내린 바 있다. 이들의 전례를 고려할 때 이건희 위원도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일시 자격정지 징계를 받을 공산이 크다.
박용성 전 위원은 2006년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 받자 IOC에서 곧바로 자격정지됐으며 2007년 2월 국내에서 특별사면을 받은 뒤 IOC에서 복권됐었다. 그 후 박용성 전 위원은 지난 해 9월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IOC 위원직마저 상실했다.
IOC 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되자마자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IOC 윤리위는 1심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집행위원회에 자격정지를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의 권고를 받게 되면 IOC는 8월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이건희 위원에게도 일시 자격정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IOC 총회에서 북한의 장웅 위원과 함께 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건희 위원의 임기는 만 80세까지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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