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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독도, 광고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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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독도, 광고가 아니라

입력
2008.07.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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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씨가 9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전면광고를 냈을 때 그의 선행을 칭찬하는 소리가 자자했다. 세계 유수 신문에 독도를 알리는 광고를 싣자는 누리꾼들의 모금활동이 이어졌고 목표액 3,000만원을 며칠만에 거뜬히 모았다.

자비를 털어 공익에 기여하려는 김장훈씨나 누리꾼들의 마음은 아름답다. 하지만 언론이, 세계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생각하면 광고를 활용하는 것은 그만 둘 때가 되었다.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가 실린 것은 한국에서는 기사도 화제도 되겠지만 미국 내에서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그 사안에 대해 나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지면에 의견을 반영할 수 없는 황당한 논리가 선택하는 것이 광고이기도 하니까.

광고는 돈내고 부탁하는 것

2007년 미국 하원이 일본 종군위안부 행적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낼 때 일본 의원들은 그걸 막아보려고 워싱턴포스트에 광고를 실었다. 종군위안부는 자발적인 것이며 때로 그들의 수입은 일본군 장교나 장군보다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그 광고를 믿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의 반응은 ‘진실을 외면하려고 발버둥을 치는구나’ 정도였다.

미국 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걸 보면 미국 여론주도층에서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 역시 종종 미국 유수지에 광고를 한다. 그렇다고 북한을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얼마나 될까.

독도는 한국땅이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돈을 내고 광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는 일본이 이 명백한 사실을 언제부터 어떻게 왜곡하려 했는지를 정확하게 알리는 글을 전세계 신문에 기고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인이 돈을 들여 구차하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온세계 사람들이 바르게 알도록 일러주는 것이라는 관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권위있는 신문이라면 논리적이고 알맹이 있는 글을 외면하지 않는다. 신문마다 있는 독자기고난에 실릴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지면에 실려야 여론에 호소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세계적인 권위지에 광고할 돈이 있다면 그 돈은 이 같은 글을 쓰는 전문가와 그 글을 번역할 전문가를 길러내는 데 쓰여져야 마땅하다. 그만한 돈으로 전세계 역사학도들을 대상으로 한국역사를 전공할 장학기금을 만드는 것이 보다 확실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1회성 과시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꾸준한 역사 알리기를 해야 한다. 독도는 물론 한국역사를 알려주는 기본적인 책에 대한 번역작업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

또 한국의 공무원들이 현지에서 이 같은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하는데 한국 외교관들의 현지어 실력이 신통치 않으니 이 같은 일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인에게 한국문화 홍보를 맡길 시기가 됐다. 한국에 나와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의 문화원들이 모두 한국인을 고용해 그들로 하여금 자국의 문화를 알리게 함으로써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현지인들은 어떻게 언론에 접촉하는지, 현지인들의 우선관심사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한국인보다 훨씬 잘 안다. 한국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어줄 현지인 전문가도 의외로 많다.

현지 전문가를 키워야

그동안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데 치중했던 한국문학번역원이 역사서와 사회과학서로 범위를 넓힌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더 나아가 외국에서 스스로 한국관련 책을 번역하겠다고 할 때 지원해주는 방안을 찾고 이를 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

국제교류재단이 국내 언론에 실린 칼럼이나 논문 가운데 의미 있는 것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으나 이것을 자체 제작한 잡지에만 싣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지에서 가장 권위있는 신문에 한국 전문가의 글이 실리도록 현지어로 번역하고 현지의 언론사에 투고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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