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서 지리산을 잇는 백두대간이 2003년 보호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잦은 개발사업 등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간을 관통하는 도로 위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이 갈수록 늘고 있고, 계곡에 들어선 식당과 상가, 양어장에서 무분별하게 방류된 물고기는 대간 생태계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교란시키고 있다.
여기에 쉴새 없는 사람들의 출입으로 등산로가 넓어지는 것은 물론 등산로 주변까지 올라온 묘지와 농경지, 산 정상에 설치된 곤돌라와 헬기 이ㆍ착륙장 등은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동ㆍ식물을 떠나게 만든다.
이런 사실은 환경부가 16일 내놓은 백두대간 속리산~지리산 구간(240㎞)에 대한 정밀 생태계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환경부는 2005년 수립한 백두대간보호 기본계획에 따라 지난해부터 2010년까지 백두대간 전체(684㎞)를 4구간으로 나눠 정밀 생태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구간 중 자연훼손이 가장 심한 곳은 추풍령~덕유산 신풍령 구간으로 나타났다.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바람재는 정상부까지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임도가 건설돼 통신 동호회원 등 차량의 이동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또 이 구간의 황학산과 대덕산은 등산객 등의 간섭으로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 식물인 돼지풀이 이입된 것으로 조사됐고, 왕성한 번식력으로 분포지역 확산도 우려된다.
황악산에서 운수봉으로 이어지는 마룻금은 등산로로 인해 자연이 훼손된 대표적인 곳이다. 보호지역이 무색할 정도로 곳곳에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가 쌓여 있다.
속리산 형제봉~추풍령 구간중에는 석산으로 개발된 금산의 훼손이 심각하다. 돌을 캐기 위해 절개된 산자락은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채 흉물로 남아 있다. 국수봉에서 큰재까지의 구간엔 산림청이 헬기 이ㆍ착륙장을 만들어 주변 산림을 크게 훼손시켰다.
덕유산 무주 구천동 계곡에 살고 있는 금강모치는 계곡 상가나 인근 양어장에서 무분별하게 방류한 무지개송어와 산천어 등의 위협을 받고 있다.
무지개송어와 산천어는 지리산 서부방면의 계곡에서도 발견됐는데 이는 인위적으로 옮겨진 것으로, 어류의 분포구계나 자연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나마 이곳에 방류된 산천어는 일본으로부터 도입됐거나 한국산 산천어와의 교잡형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의 간섭이 생물종 다양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리산 국립공원 서부지역(정령치~벽소령)이다. 1차 조사시기(봄철)에는 다슬기 실지렁이 등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이 72종 관찰됐지만, 2차 조사시기(여름철)는 41종이 관측됐으며, 개체수는 2차 조사에서 1차에 비해 7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종과 개체수의 현저한 감소가 여름철 지리산 계곡을 찾는 사람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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