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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前 회장 집행유예/ 재판부 "에버랜드 CB 헐값 매각 배임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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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前 회장 집행유예/ 재판부 "에버랜드 CB 헐값 매각 배임죄 아니다"

입력
2008.07.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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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66)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과 관련된 배임 혐의에 대해 각각 ‘무죄’와 ‘면소’판단을 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에버랜드 CB 헐값 매각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핵심 쟁점인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목이다. 에버랜드 사건은 1996년 이 전 회장의 지시로 CB를 헐값에 발행한 뒤 장남인 재용씨에게 배정해 경영권을 편법 승계했다는 의혹. 재판부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됐는지가 쟁점”이라고 전제한 뒤 “이사회의 CB 발행 결의와 주주 통지 절차 등에 일부 흠결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실질적인 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변호인 측의 ‘주주 배정 방식 발행’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룹 비서실의 지시로 CB 발행과 기존 법인주주의 실권이 이뤄졌음을 인정하면서도 “에버랜드 지배구조의 변경과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 하락은 스스로가 용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존 법인 주주들의 손해가 발생했다 해도 이것은 해당 법인에 대한 배임일 뿐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죄로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중앙일보 등 에버랜드 CB를 실권한 법인주주 경영진의 배임 행위의 공범으로 이 전 회장 등을 기소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96년 당시 에버랜드 대표와 경영지원실장으로 각각 재직했던 허태학ㆍ박노빈씨에 대한 1ㆍ2심 재판부의 판단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허씨와 박씨는 배임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삼성SDS BW 저가 발행

삼성SDS BW 저가발행과 관련해선 BW 행사가격의 적정성 여부가 쟁점이 됐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99년 당시 삼성SDS 주식의 적정가였던 5만5,000원보다 현저히 낮은 7,150원으로 BW를 발행했다”며 이 전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SDS 주식이 5만5,000원 정도에 거래됐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유통량이 적었고 가격의 왜곡 가능성을 들어 “형사재판에서는 입증 책임이 검사에게 있는데 입증이 부족하다”고 특검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재판부가 평가한 삼성SDS의 주식가치에 따르면 주당순이익 증가율을 연 40%로 볼 경우 44억원, 연 30%로 볼 경우 30억원의 손해가 산정됐다. 50억원 이하일 경우 공소시효가 7년인데, 이미 시효가 만료돼 ‘면소’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상속재산 차명 은닉 및 관리

다만 차명주식 거래를 통해 양도소득세 1,128억여원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규정 신설 시점을 기준으로, 98년 이전에 차명으로 주식을 취득하고 양도한 것은 ‘사기 등 부정한 행위’라고 볼 수 없으나 99년 이후는 입출금 거래 등을 종합할 때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소시효(5년) 문제로 2003년 이후 포탈세액 465억여원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포탈액수 측면에선 불법의 정도가 중하지만, 시세차익을 노렸다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의도가 보이지 않고 포탈세액도 납부해 가는 중”이라며 “훼손된 조세정의가 쉽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나 불법의 일정 부분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는 이 전 회장 측이 처음부터 유죄를 인정해 재판의 쟁점이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국 “이 전 회장이 직접 재산관리를 하진 않았지만, 양도소득의 귀속 주체로서 조세포탈의 수익자일 뿐만 아니라 최상위 지휘 감독자라는 점에서 다른 피고인들보다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전 회장 등 피고인 10명이 전원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을 받은 데다 재판과정에서 보인 변호인의 주장이 판결에 상당 부분 수용된 점을 감안하면 한마디로 이번 재판은 삼성 측의 ‘압승’으로 끝난 셈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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