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들이 동전을 모으고 왕자와 공주들이 우표수집을 대대로 해온 사실이 널리 알려진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외동딸 앤 공주(57)가 남다른 취미활동을 즐겨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국제 승마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입상을 하고 국제승마협회장까지 지낸 앤 공주는 왕자들 이상으로 활달한 성격으로 어린 소녀 시절부터 외진 곳에 위치한 등대를 탐방하는 꿈을 키워 왔다고 한다.
일간 더 타임스 온라인판은 14일 앤 공주가 지난 주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스코틀랜드 해안가의 등대 3곳을 다녀 왔으며 수일 내로 지난해 진수한 전용요트 ‘파로스’를 타고 다시 스카이섬의 등대 2군데를 둘러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앤 공주는 스코틀랜드의 울퉁불퉁하고 험한 바닷가를 비추는 215개의 등대 전부를 찾을 계획을 세웠으며 최근 방문으로 벌써 기나 긴 여정의 절반을 지나쳤다.
지난 9일 북등대협회(NLB) 후원자인 앤 공주는 아란 섬의 플라다와 홀리 아일랜드 등대를 시찰했다. 앤 공주는 그 전날에는 만 섬의 등대 2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앤 공주는 등대탐방 취미 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남편 티모시 로렌스 해군 중장과 함께 개인 요트여행으로 즐기려 하고 있다.
그 동안 앤 공주는 100여곳의 스코틀랜드 등대를 직접 방문했으며 80여군데는 NLD 회원들의 안내를 받아 혼자 갔고 나머지 20여 차례는 남편을 동반했다.
앤 공주가 등대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5살 때인 1956년으로 전해졌다. 당시 그는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를 따라 루이스 섬의 티엄팬 헤드 등대를 갔다가 그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앤 공주가 둘러 본 등대 가운데는 1900년 12월26일 세 명의 등대원이 의문 속에 영원히 자취를 감춘 사건으로 유명한 플래넌 섬의 등대도 포함돼 있다.
그는 98년에는 스코틀랜드에서 마지막까지 등대원이 있던 페어 아일랜드 등대의 무인화 교체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로저 록우드 NLB 회장은 “앤 공주가 단순히 등대를 순례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등대 기술자들이 작업해야 할 장소와 여건도 꼼꼼히 살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록우드 회장은 “그 동안 앤 공주가 스코틀랜드 주요 등대를 대부분 보았는데 나머지는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 시찰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주가 탐방을 마칠 경우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기록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앤 공주만큼 등대들을 둘러 볼 수 있는 사람이 수년 동안에 걸쳐 스코틀랜드의 1만km 해안선과 790곳의 섬들을 도는 등대 기술자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앤 공주의 등대에 대한 열정은 개인요트의 이름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에서 따와 붙인 점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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