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모기지 형제(패니메이ㆍ프레디맥) 구하기’ 노력에도 불구, 시장은 더 ‘패닉’(공황)으로 치달았다. 기대감이 일거에 무너지면서 연중 최악으로 추락한 국내 증시는 1,500선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15일 코스피지수(1,509.33)는 전날보다 49.29포인트(-3.16%)나 빠졌다. 종전 연중 최저기록(9일 1,519.38)을 4거래일 만에 갈아 치웠다. 코스닥지수(523.02)도 3%이상 미끄러졌다.
특히 낙폭은 전날 뉴욕 증시(-0.41~-1.17%)보다 훨씬 커 신용위기의 완화를 기대하며 이틀동안 반짝 반등했던 국내 시장의 배신감이 극에 달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실 시장은 이번 미국의 조치를 3월의 ‘베어스턴스 사태’에 오버랩하고 있었다. 베어스턴스의 몰락은 큰 재앙이었지만, 그보다는 FRB의 공격적인 구제금융 세례에 시장은 더 매혹됐다. 실제로 당시 우리 증시는 저점을 찍고 1,880선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은 이번에도 악재가 호재로 변했던 3월의 추억을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이 이전과는 180도 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그때는 없다고 믿거나 연동된 것으로 여기지 않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실적이 받쳐줬던 당시와 달리,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의심마저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일개(?) 금융회사에 불과했던 베어스턴스와는 위기의 체급부터 다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정부의 보증기관으로 미국 모기지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경제의 시스템과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상징 및 대변한다”며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닐 것이란 의구심이 증폭되고 신용위기가 유가와 연관돼있다는 확신이 달러강세를 저지하는 등 미국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것이란 비관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유가 신용위기 등 3대 악재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한 우리 증시의 반등은 어려워보인다. 현재로선 개선의 기미도 안 보인다. 유일한 호재로 지목되는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설명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27일째 ‘팔자’ 행진(누적 순매도 7조5,365억원)을 이어가며 증시 폭락을 주도했다. 연속 매도 최대기록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는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신용위기 때문에 가뜩이나 실탄을 확보(유동성 보충)해야 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환금성도 좋고, 최근엔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환율까지 도와주는 한국 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약세장 진입 선언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미국 신용위기가 갈수록 증폭되는 분위기고 유가도 꺾일 줄 몰라 당분간 증시의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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