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낙 시골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자연경관에 대해서 무감각한 편이다. 아무리 대단한 경치를 보아도 뭐 나 살던 고향에서 보던 거나 마찬가지네, 하며 데면데면했다. 그래서인지 어렵사리 금강산여행을 가서도 경치보다는, 버스에 실려 비무장지대와 휴전선을 넘는 순간이 감격스러웠고, 북한땅의 일부분에서 웃고 떠들고 먹고 자는 자체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북한사람들에게 신경이 많이 쓰였고, 눈으로나마 만나고 있다는 것이 가슴 뿌듯했다. 금강산 경치에 아무리 흠뻑 빠졌던 분이라도 북한땅을 경험하고 왔다는 것만큼 뭉클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테다. 북쪽에도 남쪽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안녕과 먹고 사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남쪽 정부와 북쪽 정권이 으르렁거리는 국면에도 금강산여행이 계속되고 있는 한, 남쪽 사람들과 북쪽 사람들이 출입국 사무절차로 인해, 또 관광과정 내에서 먼발치로나 날마다 만나고 있는 한, 대단한 별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고, 금강산여행이 중단되고 말았다. 평화를 담보하는 소중한 혈관이 탁하고 막혀버린 기분이다. 진실이 어서 빨리 밝혀지고, 그 진실로 인한 어떤 오해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여행은 하루 바삐 재개되어야 한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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