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 사는 양모(38ㆍ여)씨는 14일 “초등학교 2학년 아들(8)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사연은 이랬다. 양씨는 지난해 이맘때 아들의 담임교사에게서“학습 수준이 떨어진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영어 수학 등 교과목을 가르치는 보습학원에 보낸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이다. 아들의 담임은 “기초학력이 다른 학생에 비해 뒤쳐지고, 학교 생활에도 흥미가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부부는 고민끝에 다니던 학원을 모두 끊게 하고, 저녁마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며 직접 공부를 돌봤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양씨는 “불과 1년 만에 학습 진도를 따라잡고 혼자 공부하는 습관도 몸에 익히게 됐다”며 “부모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고 털어놓았다.
■ 부모와의 잦은 대화, 교사 칭찬 등이 약발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을 찾는다. 공교육 불신까지 겹치면서 사교육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현실. 하지만 양씨가 사용한 자녀 교육 방법은 기초학력을 튼실하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4일 발표한 ‘초등 3학년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는 초등 저학년생들의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 변인이 따로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진단평가는 지난해 10월 전국 초등 3년생 2만540명을 대상으로 읽기 쓰기 기초수학 등 3개 시험영역에 대해 치러졌다.
우선 부모와의 잦은 대화가 자녀 학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부모와 대화를 자주 한다”는 학생들의 읽기(93.82), 쓰기(93.83), 기초수학(91.42) 성적이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학생들에 비해 시험영역별로 평균 3점 가량 높았다.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태도도 성적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교사의 칭찬을 항상 듣는 학생의 점수가 전혀 들은 적이 없는 학생에 비해 시험영역별로 최대 9점 이상 높았다.
진유경(27ㆍ경기 안산시 고잔초ㆍ여) 교사는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A학생은 우리반 수학 왕인 것 같다’고 했더니 나중에 학생 어머니로부터 아이가 더 열심히 수학공부를 한다고 들었다”며 “특히 저학년은 학습 내용이 어렵지 않아 칭찬을 많이 할수록 문제해결 능력 향상이나 학습 습관 형성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학교 생활에 흥미를 느끼거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 보다 스스로 숙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월등히 높음이 확인됐다.
■ 100명 중 2.6명 기초수학 미달
한편 교과부 조사결과, 기초학력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은 읽기 2.2%, 쓰기 1.3%, 기초수학 2.6%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읽기 0.2% 포인트, 쓰기 0.7% 포인트, 기초수학 1.8% 포인트 각각 감소한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도시와 농촌 지역간 격차는 줄지 않고 있다. 중소도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읽기 1.6%, 쓰기 1%, 기초수학 2.4% 등인 반면 읍면 지역은 읽기 3.6%, 쓰기 2%, 기초수학 3.6% 등을 기록했다. 읍면지역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도시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것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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