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ㆍ여)씨가 피격 사망한 지점 부근에 북측이 운영하는 폐쇄회로(CC)TV가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되면서 사건 실체 규명에 도움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아산측은 이날 “CCTV는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요청에 따라 우리가 제공한 것”이라며 “운영주체가 북한군인지,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북측은 철제펜스 지점에 별도의 초소를 두지 않아 CCTV로 이곳을 경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당시 CCTV가 작동했는지, 기록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전혀 없다. 하지만 북측 주장과 유일한 관광객 목격자인 이인복(23ㆍ경북대 사학과2)씨의 진술 외에는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CCTV 녹화물은 사건실체 규명의 결정적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아산의 설명에 따르면 CCTV는 군사지역과 관광지역을 가르는 경계선인 녹색 펜스의 육지쪽 끝 군사지역에 설치돼 있다. 해변으로부터는 100m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현대아산이 공개한 사진상 CCTV가 설치된 구조물이 철제펜스(높이 3m)보다 높아 보이는 점으로 미뤄 카메라의 높이는 최소 6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CCTV가 제대로 작동됐다면 카메라의 높이와 위치상 철제펜스의 해변쪽 끝 모래언덕을 넘어 군 경계지역으로 들어가는 박씨의 모습이 찍혔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아산 측은 “카메라는 펜스와 45도 각도로 고정돼 남측 해변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경계선을 넘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오전 4시30분에 비치호텔을 출발(호텔 CCTV 촬영)한 박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오전 4시50분(북측 주장)까지 20분 만에 군 경계지역 내 1㎞ 지점까지 걸어갔다 나오는 등 총 3.3㎞를 걸었다는 북측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또 CCTV 녹화물은 날씨와 밝기 등을 통해 박씨가 여성 관광객으로 식별될 수 있었지 등 당시 정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참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CCTV가 제대로 작동했고 내용물이 있다 해도 북측이 이를 공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사건 현장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북측이 굳이 CCTV 녹화물을 공개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CCTV는 자신들의 조사결과를 믿으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북측에게 우리가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객관적 증거물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압박카드는 될 수 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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