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유영모의 사상을 세계에 알린다.’
3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철학대회(WCP). 지금까지 유럽철학과 영미철학의 잔치였던 이 대회에 다석 유영모(1901~1989)와 바보새 함석헌(1890~1981)이라는 걸출한 한국철학자의 사상세계를 알리는 자리가 마련된다.
유영모와 함석헌은 민중주의·평화주의·비폭력주의 등을 함축하고 있는‘씨알사상’의 주창자다.
이번 대회에는 철학·종교학·신학·철학·여성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유영모와 함석헌의 사상을 소개한다. 5개 분과 20여명이라는 매머드급 발표자다. 사제관계인 이 두 철학자의 사상은 기독교사상과 동양사상을 창조적으로 혼융한‘동서문명의 통합사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윤정현 성공회대 교수는‘없이 계시는 하느님’이라는 발표를 통해 동양고전을 통해 기독사상을 받아들인 유영모의 사상을 해설한다. 사서오경의 지식을 바탕으로 서구사상을 받아들였던 유영모는‘태극(太極)’과‘절대무(絶對無)’를 기독교의 하느님으로 해석했다. 윤 교수는“유영모는 상호의존과 상호보완사상에 근거한 동양논리로, 이원론적으로 하느님을 해석하려는 서구논리를 극복하고 독특한‘하느님관’을 구축했다”고 소개한다.
유석성 서울신학대 교수는 함석헌의 비폭력 저항주의와 평화주의를 소개한다. 함석헌은 일찍이 군대 폐지를 주장하고 베트남 파병당시 단식으로 항의하기도 했는데 유 교수는“함석헌은 간디의 비폭력 저항사상, 힌두교의 평화주의, 노자의 평화사상을 아우르는 비폭력 저항주의와 종교적 평화주의의 담지자였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는 세계보편주의자인 동시에 민족주의 사상가였던 함석헌의 생애를 조명한다. 그는“함선생은 일제강점기의 굴욕에도 일본국민에 대해서는 어떤 나쁜 감정도 품지 않았다고 거듭 말하곤 했다”며“한국의 역사나 종교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그는 민족주의자이기는 했지만, 근대 국가들이 국민을 동원하는 데 사용했던 국가지상주의적 의미에서 민족주의자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유영모ㆍ함석헌 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온 씨알사상연구소의 박재순 소장은“이번 대회가 주체적이고 세계적인 정신과 철학을 제시한 유영모·함석헌의 사상을 함께 논의하고 깨우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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