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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임금 '악순환의 늪'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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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임금 '악순환의 늪'에 빠지나

입력
2008.07.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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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기본급 대비 8.9%의 임금인상은 이뤄져야 한다.”(금속노조)

“원자재값 상승과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임금을 올려주기 어렵다”(자동차업계)

“임금이야 근로자 입장에서 많이 올려주면 좋겠지만, 무리한 임금인상이 결국 물가상승의 시발점으로 작용해 오히려 실질구매력이 떨어지는 결과가 온다”(경영자총협회)

본격적인 임금협상 시즌이 다가왔다. 임금은 근로자들 입장에선 많이 받을수록 좋은 노동의 대가이지만, 기업들에겐 생산비 상승의 주 원인으로 작용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이렇게 노사 간 목표가 정반대인 탓에 항상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상생’을 외치기는 하지만,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 임금 협상이다.

문제는 올 들어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폭등으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임금 상승폭이 확대될 경우, 물가와 임금상승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생산성 향상과 동반된 임금인상은 당연한 것이지만, 자칫 과도한 임금인상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져 채산성 악화와 실업자 증가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시련기에 돌입한 우리 경제에 올 하반기 대기업들의 임금협상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단 공공 분야의 경우 정부가 최대한 임금인상을 억제한다는 방침이어서 큰 변수로 부각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가 없거나 근로자 수가 작아 상반기에 협상이 타결된 기업들의 임금 상승폭도 아직 불안한 정도는 아니다. 노동부가 집계한 6,745개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6월 말 기준)은 1월 말 7.0%에서 2월 말(5.7%)로 5%대로 내려앉은 뒤, 3월 말(5.4%), 4ㆍ5월 말(5.0%), 6월 말(5.1%) 등 5%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임금 협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업종과 업체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어 일률적으로 ‘과도’ ‘적정’ 여부를 따지긴 어렵지만, 협력업체 임금 인상률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단연 주목 대상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금속노조. 지난해 산별노조로 전환한 노조 집행부가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부분 파업에 나서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현대ㆍ기아, GM대우, 쌍용자동차 등 국내 4개 완성차 노조의 임금 협상이 주목 받는 이유다. 금속노조는 올해 기본급 13만5,000원 인상(현대차 기준 기본급 대비 8.9%)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최소 물가인상률 만큼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 측은 “원자재값 급등과 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노조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노조는 파업지속을 선언한 가운데 현대차의 경우 16일 주ㆍ야간 각 4시간 등 총 10시간 파업을, 18일에도 총 16시간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조선업종은 파업 상황은 아니지만, 호황 국면을 고려해 높은 임금인상률을 유지하고 있다. 13년째 무분규를 이어간 현대중공업 노조는 7% 인상을,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6.47% 인상을 요구하며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의 경우 대한항공이 이미 임금을 동결키로 했고, 아시아나항공도 동결 가능성이 크다. LG전자와 하이닉스 등 전자업계도 이미 동결을 결정했다. 반면, 지난해 동결했던 정유ㆍ유화업계는 소폭이지만 임금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GS칼텍스는 2% 인상을, LG화학 장치부문도 1.1% 인상을 결정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인상이 물가불안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의 공공요금 안정과 정책신뢰, 기업의 고용안정 보장, 근로자의 과도한 명목임금 인상 자제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며 “신뢰성 회복을 통한 정부 의지 표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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