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해양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을 보면 '5년 전의 추억'이 떠오른다.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가을.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관련 전부처를 총동원해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1가구3주택자 양도세 60% 중과' 등 가공할만한 내용을 모두 쓸어 담은 10ㆍ29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하던 집값을 묶는 효험(?)을 발휘했다. 하지만 대책이 시장에 적용된 지 채 1년도 안돼 정부에서 '건설경기 부양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의 '약한 모습'을 확인한 부동산 시장은 들불 같이 일어나 '강남 불패'라는 신화를 4년 내내 이어갔다. 정부는 이후 8ㆍ31대책(2005년), 3ㆍ30대책, 11ㆍ15대책(이상 2006년), 1ㆍ11대책(2007년) 등 잇단 투기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여당이 패한 것도 강남 집값잡기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올해 들어 집값이 안정을 찾아가자 정부가 5년 전처럼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행에 들어간 지 불과 10개월밖에 안된 분양가 상한제를 비롯해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를 '규제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풀어 해칠 태세다. "올해는 집값 불안을 야기하는 규제완화는 없다"고 공언한 게 불과 3개월 전이다.
정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시장은 바로 반응하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리의 규제완화 발언이 있은 바로 다음날부터 강남 재건축시장에서는 그간 쌓여있던 급매물이 상당수 소진되고, 매도자들도 내놓았던 집을 회수하고 있다. 시장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누구보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세계는 물가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마저 흔들린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 불능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가 추진중인 재건축 대책의 수혜는 '상위 1% 강남 부자들'에게, 분양가 상한제 완화는 주택 사업자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 부담은 서민의 몫이다. 국토부는 5년 전으로 시침을 되돌리는 우(遇)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송영웅 경제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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