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나의 카미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나의 카미노

입력
2008.07.15 01:18
0 0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걷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만, 자연과 인간의 삶을 음미하며 새로운 자기와 만나는 일이다. 해외여행과 걷기가 결합된 ‘휴가상품’으로 유명한 것은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즉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것이다.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어갔던 그 순례길에는 연중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몰려온다.

사람들은 800여km를 걸으며 하느님과 자연을 만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새롭게 만나게 되는가 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거쳐 도착하는 곳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깨달음이다.

▦ 국내에는 어떤 길이 있나? 도보 답사 25년이 넘는 ‘우리땅 걷기모임’ 대표 신정일씨는 15곳을 권한다. 충주 목계나루에서 섬강이 남한강과 만나는 원주 홍호리까지의 남한강 길, 청량산에서 도산서원에 이르는 퇴계 오솔길 등이다. 8대 강을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가 본 그의 꿈은 강 따라 걸으며 역사ㆍ문화를 해설하는 강 해설사다. 신씨는 남북을 잇는 동해안 1,300km가 산티아고 길보다 몇 배 더 황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길은 남북이 합의하면 열리는데, 금강산 관광주부 피살 같은 사건이 터지면 하던 일도 중단되니 기대하기 어렵다.

▦ 길이라고 다 걷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좋아한다. 산티아고 순례자들의 공통점은 TV, 책을 통해 그 길의 이야기에 접한 뒤 배낭을 메고 나선 것이다. 여성 싱어 송 라이터 박기영씨는 절대자를 만나려 했던 33일 간의 체험을 책으로 펴 냈다. 시나리오작가 신재원씨는 TV프로그램을 보고 37일 간 그 곳을 걸었다. 그녀의 책은 ‘어쩌면 내 카미노는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적지가 산티아고거나 아니거나’라는 말로 끝난다.

▦ 주목 받는 국내 걷기여행 단체로 제주올레가 있다. 2006년에 산티아고에 다녀온 서명숙씨가 만든 사단법인이다. 피 말리는 언론인 생활을 접고 떠난 여행길에서 “저마다 자기 나라에 카미노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고향 제주의 옛길을 살리기로 했다 한다. 벌써 7개 코스를 개발했다. 올레는 동네의 큰 길과 집 마당을 연결하는 긴 돌담길을 말한다. 올해에는 해외여행자가 예년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돈 덜 들고 사회분위기에 맞는 도보여행 휴가도 보람 있을 것이다. 이 여름에 ‘나의 카미노’를 찾아낸다면 더 좋을 것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