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대 / 생각의나무
이맘때면 심상대(48)의 소설이 생각난다. <묵호를 아는가> 를 들고 그와 묵호(墨湖)로 문학기행을 갔던 것이 2000년 여름이다. 내내 심상대의 입담과 묵호의 풍광에 취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묵호를>
한때 동해안 제일의 항구였다던 묵호읍, 심상대의 표현대로 ‘술과 바람의 도시’이자 ‘어느집 빨랫줄에나 오징어가 만국기처럼 열려’ 있었으며 ‘집집에서 피워올린 꽁치 비늘 타는 냄새가 하늘을 뒤덮었던’ 그곳은 지금은 동해시에 속한 지명으로만 남아 있다.
<묵호를 아는가> 는 묵호의 아름다운 ‘한 잔의 소주와 같은 바다’를 고향으로 둔 젊은이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갔다가 상처만 안은 채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돌아온 고향이 떠나기 전의 고향일 수는 없다. 고향은 결코 방황하는 젊음에게 답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다시 등을 떠밀 뿐이다. 묵호도 그랬다. 묵호를>
‘산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곳’인 묵호도 돌아온 주인공에게 구토를 일으키게 만든다. ‘바다는 부드럽게 출렁이는 젖가슴으로 돌아온 탕아의 야윈 볼을 투덕투덕 다독이면서’ 인간의 바다로 다시 떠나라고 말할 뿐이다.
온갖 추악한 욕망이 들끓는 세속의 바다에서 삶의 답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 젊음의 숙명이다. <묵호를 아는가> 는 그런 젊음의 초상을 우리 지난 한 시절의 풍경과 함께 그려낸 빼어난 귀향소설이다. 묵호를>
심상대의 필명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는 1999년 본명 대신 문득 ‘선데이 마르시아스 심(Sunday Marsyas Sim)’이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Sunday는 이름 ‘상대’를 음차한 것이고, 마르시아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과 피리 시합을 벌이다 패배해 살가죽이 벗겨진 반인반수, 예술가의 비극적 운명의 상징이다.
심상대는 한국문학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영어 이름이 있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는 동시에 비극적 예술가를 자임했던 것이다.아무튼 작품으로나 사람으로나 흥미로운 작가다.이번 여름 혹 동해로 떠날 작정이라면 <묵호를 아는가>를 챙겨들고 그 정서에 빠져 보는 것도 좋겠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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