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연속이다. '오늘은 또 무슨 사건이 터질까.' 범인 쫓는 강력계 형사도 아닌데 하루 24시간은 길기만 하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나 강화도 모녀 살인사건 등 국내외 굵직한 사고라도 터지는 날이면 가슴부터 졸여온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으로 떠들썩한 요즘은 말 그대로 '비상시국'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 검색 포털 사업본부 내 검색 콘텐츠팀. 이들은 늘 분ㆍ초를 다퉈가며 시간과 사투를 벌인다. 그들의 임무는 SK컴즈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엠파스와 싸이월드, 네이트에 올라오는 인기 검색어나 주요 이슈 등과 관련해 '왜 떴을까?'라는 코너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그때그때 배경과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쉼 없이 떠오르는 인기 검색어의 등장 배경을 네티즌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항상 안테나를 꼿꼿하게 세워놓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신속히 해소할 수 없거든요." 이 코너의 최종 편집 역할을 하는 김나영(29) 사원은 인터뷰가 지속된 1시간 내내 마음 한 구석은 인터넷을 항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씨 이외에도 SK컴즈 검색 서비스팀은 공공기관 및 TV프로그램ㆍ광고 분야를 맡은 조희정(31) 과장과 방송ㆍ영화 담당의 신은영(29) 대리, 인물서비스ㆍ연예ㆍ엔터테인먼트 부분을 전담하는 박수연(29) 대리와 김민희(28) 사원, 스포츠ㆍ 학문ㆍ사전ㆍ자동차 영역을 담당하는 조성호(28), 최지혁(28) 사원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실시간으로 급상승하는 인터넷 인기 검색어는 네티즌의 호기심을 반영한 것이라 언론 뉴스로도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많은 네티즌들이 그 원인을 궁금해 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 코너가 마련됐습니다." 김나영씨는 이 코너의 탄생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들은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조간 신문을 보고 네티즌들이 궁금해 할만한 키워드를 찾아 머리 속에 저장해 둔다. 물론 이들의 검색 레이더망은 해외에까지 뻗어 있다. 해외에서 대형 사건ㆍ사고라도 터지는 날이면 잠을 설치기 다반사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던 '유로 2008' 대회 기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 시간으로 새벽에 경기가 벌어지는 바람에 밤잠을 제대로 못자는 경우가 많았죠. 강팀들 간의 경기 결과나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상을 궁금해 하는 네티즌들이 많았습니다. 직접 경기를 시청해야 네티즌들의 주된 관심 사항을 상세히 인터넷에 올릴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조만간 열릴 베이징 올림픽은 감사한 편이죠. 그나마 시간대가 같아 밤잠을 설칠 일은 드물 테니까요.(웃음)" 스포츠 분야를 맡고 있는 조성호 사원의 변이다.
연예인들의 스캔들을 포함해 특정 인물이 부각됐을 경우에도 검색 콘텐츠팀에는 어김없이 경계경보가 울린다. 네티즌의 방문이 특히 많아지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사후 여러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더 많은 신경이 쓰인다.
"인물과 관련된 사건이 터졌을 때는 특히 더 민감합니다. 개인의 신상정보와 직접 연관되는데다,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걸려 있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거든요. 연예인들의 경우 소속사에서 전화가 걸려와 '나이를 몇 살 내려달라', '사진을 바꿔달라'는 등의 요청을 할 때도 굉장히 많습니다. 정치인 개개인들의 정보 수정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난감할 때도 많아요." 사생활과 밀접한 인물서비스와 연예ㆍ엔터테인먼트 부분을 업데이트 중인 박수연 대리는 애로사항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다른 경쟁 사이트에서의 동향과 누리꾼들이 실시간으로 올려 놓고 있는 댓글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집단적으로 특정 검색어를 클릭한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광클' 역시 검색 서비스팀에게는 부담스럽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정확한 정보 전달입니다. 인기 급상승 검색어로 등극 되기 전에 미리 해당 이슈를 확인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인터넷의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작은 실수도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거든요." 공공기관과 TV프로그램ㆍ광고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조희정 과장은 인기 검색어를 조작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광클에 대한 경계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루 업무 중 쉬는 시간도 별로 없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뉴스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어야 하는 일이지만 그 만큼 보람도 크다고 했다.
'왜 떴을까?' 코너를 접해본 네티즌들로부터 반응이 좋아지면서 엠파스를 비롯해 네이트와 싸이월드 사이트를 찾는 방문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년 여를 하루 같이 꾸준하게 임해 온 탓인지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네티즌들의 격려 이메일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고 이들은 귀띔했다.
"네티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느끼는 만족감이라고 할까요. 정확한 정보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다했을 때 오는 쾌감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지요. 언제나 네티즌들과 함께 하는 실시간 검색어 마스터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겁니다." 김나영 사원의 말에선 강한 책임감이 묻어나왔다.
허재경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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