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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경제연구소장·학자 '現위기' 진단/ "경제 보릿고개 1년이상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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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경제연구소장·학자 '現위기' 진단/ "경제 보릿고개 1년이상 간다"

입력
2008.07.1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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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경제는 어렵다. ‘위기다, 아니다’ 논란이 있지만, 그건 학자들의 논란일 뿐. 서민들이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고통은 위기 그 이상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 경제에 닥친 어려움이 이제 겨우 시작단계라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적어도 1년, 길게는 2~3년 경제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길고 험한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경제 체질을 만들지 않으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5대 경제연구소장과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이상 가나다 순) 등 경제학자들에게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에서 촉발된 위기 상황이 정부 정책의 실패로 확대 재생산됐다고 진단했다. 현정택 원장은 김광두 교수와 가진 본지 좌담에서 “지금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고유가 및 세계경제 침체에서 오는 충격과 함께 성장잠재력 저하 등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의 복합”이라고 말했다. 이상빈 교수는 “대외 환경이 어렵긴 했지만 대내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신뢰를 잃은 것이 위기를 더 키웠다”고 평했다.

지금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는 ‘과연 이런 경제 어려움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냐’이다. 이에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 지금은 위기의 시작일 뿐이며, 최소 1년 이상은 경제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종석 원장은 “우리 경제 위기의 직접적 도화선이 된 유가 폭등과 세계경기 침체, 특히 미국 경제의 반등에는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고, 정구현 소장은 “복합 불황의 성격이어서 쉽게 해소될 성질이 아니며 최소 내년말, 고유가 상황에 따라 그보다 더 지연될 수도 있다”고 했다.

더구나, 1~2년이 지난다 해도 ‘U’자형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주현 원장은 “국제유가가 안정되려면 원유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야 한다”며 “결국 유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세계경제 침체의 충격이 전해져 장기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성인 교수는 “하반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한계 기업과 채무자 파산, 실업자 양산 등 과거 위기의 시나리오가 재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지금 우리 정부에게 요구되는 건 위기 극복이 아닌 위기 흡수다. 앞으로 다가올 긴 경제난 속에서 우리 경제가 급격히 추락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수 있는 대내적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경제 전문가들의 우선적인 주문은 신뢰 회복이다. 전성인 교수는 “대외환경이 어려울 때는 고통 분담이 필요한데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 고통분담에 나설 국민들은 없다”고 지적했고, 김광두 교수는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부 정책으로는 악성 인플레 차단을 위한 단호하고 일관된 대처, 그리고 한계계층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주형 원장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다시 인플레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것이 단기적인 급선무”라고 말했고, 김주현 원장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서민 등 한계계층의 안정책 마련이 제일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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