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이탈리아 로마 출장을 다녀온 가야여행사 전응식 부장은 “대학생 여름방학이 시작된 예년 이맘때면 트레비 분수나 스페인광장 등에 한국인 배낭족들이 떼로 몰려다니곤 했는데, 올해는 좀처럼 한국인들이 보이지 않아 놀랐다”며 “그만큼 호주머니가 얄팍해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회사원 권병철(40)씨 가족은 지난해 호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지만 올해는 아직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권씨는 “작년엔 펀드로 생긴 여윳돈으로 홀가분하게 휴가를 즐겼지만 ‘제2의 IMF가 온다’고 걱정하는 지금 쉽게 지갑을 열 수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여행비용이 크게 오른데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출입국 동향에 따르면 6월의 내국인 해외여행자는 100만3,907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5.65% 줄었다.
올해 1~6월 누적 내국인 해외여행자는 656만9,595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53% 늘었지만 2005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내국인 해외관광객이 평균 14.7% 이상 늘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해외여행 시장이 위축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 성수기인 7,8월 해외여행 예약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10% 가량 줄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을 전문으로 하는 E여행사 대표는 “올해는 작년 매출의 70~80%만 해도 대성공”이라며 “업계에선 하루 이틀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아 여행사들의 부도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란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성수기를 맞아 전세기를 준비한 일부 여행사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하나투어 홍보실 김태욱 대리는 “대형 여행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지만 현재 7,8월 성수기 상품 예약률은 작년의 86% 수준”이라고 했다.
유류할증료가 최고 80%나 올라 장거리일수록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유럽이나 남태평양 등지서 동남아로 계획을 바꾸는 이들이 늘고, 항공대신 선박을 이용한 저가 상품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여행박사 이상필 홍보팀장은 “항공을 이용한 해외여행이 주춤하는 대신 부산-후코오카, 부산-시모노세키 등 선박을 이용한 일본 여행 상품 판매는 지난해 비해 50% 이상 급증했다”고 했다.
해외여행을 포기한 이들은 국내로 방향을 돌리고 있고, 또 아예 바캉스를 포기하거나 당일치기 근교 나들이로 대신하겠다는 이들도 많아졌다.
여행ㆍ관광업계에 따르면 국내 펜션의 7,8월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여행정보사이트 캐빈스토리가 올 6월에 접수한 7,8월 휴가철 펜션 예약률은 지난해 동기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인터파크투어도 호텔, 콘도, 펜션 등의 예약률이 전년대비 200% 증가했다. 해외여행 감소의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은 제주로 지난 9일 관광객 수가 올들어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5일 빨라진 것이다.
그러나 홍익여행사 오영진 부장은 “국내 관광이 활성화했다고 하지만 여행사들은 체감하지 못한다”며 “실제 국내 바캉스 패키지 상품 예약률은 작년 대비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들의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해외는 물론 국내여행업계도 함께 위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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