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이 보고된 직후 청와대 참모진들이 국회 개원연설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이를 묵살하고 국회 연설에서 아무런 유감 표명 없이 전면적인 남북대화를 제안했던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개원연설을 20분 앞둔 오후1시40분 청와대에서 국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박형준 홍보기획관,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 등 연설문 작성팀은 피격사건을 접하고 연설문의 전향적 대북제안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남북관계 전환 필요성, 피격사건의 의도성 여부,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결과, 연설문 원안대로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관련 부분을 연설문에서 삭제하고 대신 8ㆍ15 기념식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미루거나 ▦연설 도입부나 중간에 이 대통령이 “금강산 피격 사망사건에 애도를 표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큰 원칙을 밝히겠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2가지 안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연설내용이 바뀔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연설문을 원안대로 밀어붙였다. 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 입장 직전 박형준 홍보기획관으로부터 수정내용을 보고 받고 “남북관계는 큰 틀이 중요하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정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이같이 판단한 데는 청와대와 관계기관의 부실한 보고체계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상황실을 통해 오전11시40분 최초 사건을 인지했지만 이 대통령에 보고한 것은 오후1시30분으로 2시간 가까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상황을 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는 한때 사망원인을 피격이 아닌 질병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해 혼선을 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서 보고가 늦어졌던 부분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고 질책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전면적 대화를 제의한 이 대통령의 개원연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잔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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