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가 레바논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오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중재자’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중해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파리를 방문중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미셸 술레이만 레바논 대통령과 12일 회동한 뒤 양국의 대사관 설치 합의를 발표했다고 AFPㆍ로이터 등이 전했다.
시리아는 전통적으로 레바논 외교정책과 내정에 깊이 관여해왔다. 하지만 2005년 시리아군 철수를 주장하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뒤 국제압력에 굴복해 레바논 주둔군을 완전 철수하면서 국교가 단절됐다.
과거 시리아와 레바논을 식민통치 했으며 이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해온 프랑스마저 미국 주도의 시리아 고립정책에 적극 동참하면서 시리아는 이란ㆍ북한 등 소수 동맹국 외에는 고립무원 상태에 놓이게 됐다. 프랑스와 시리아의 관계 냉각에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과 하리리 전 총리가 돈독한 관계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5월 카타르 도하에서 타결된 레바논 내전 중단과 통합내각 구성 합의 이후 시리아가 지원해 온 헤즈볼라가 새로 출범한 레바논 내각에 대거 참여하면서, 시리아가 다시 중동외교의 중요 축으로 부상하게 됐다. 동시에 터키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간접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등 온건 노선으로 방향선회에 나서면서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해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프랑스는 시리아가 도하 합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에 나서는 것을 온건 외교정책으로의 입장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의 중동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아사드 대통령을 프랑스에 초청하는 배경이 됐다”고 12일 보도했다.
FT는 “바샤르 대통령은 나아가 이란과의 돈독한 관계,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해 중동 내 친 서방국가와 이란 등 적대국가 사이에 가교역할을 맡아 이 지역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려 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통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시리아를 삭제하는 성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샤르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직접 평화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프랑스와 미국이 적극 지원해 달라”고 말하면서도 “미국에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과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43세의 젊은 야심가인 바샤르 대통령은 30년 동안 시리아를 철권 통치한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로 정치와 무관하게 영국에서 안과의사 수련을 했으나, 후계수업을 받던 형의 사고사 이후 2000년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바샤르 대통령은 취임 후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교조적 사회주의 국가인 시리아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려 노력해 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