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무서워 결혼을 마냥 미루는 중국 젊은이들이 늘면서 이들을 지칭하는 쿵훈주(恐婚族)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미국에서 유학하다 5월 노동절 연휴에 잠시 귀국한 쑨타오(孫濤)씨는 가족과 친구들의 결혼 성화에 하루 만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베이징의 외국기업에 다니는 위(于)모씨는 양가 부모들의 상견례까지 마쳤지만 결혼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 양가가 각기 산둥(山東), 광둥(廣東)성에 있어 결혼 피로연을 두 번해야 하는데 돈도 많이 들고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사람이 결혼을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결혼 공포 때문이다.
중국청년보 사회조사센터가 5,532명의 청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2.3%가 결혼 공포증 징후를 보였다. 45.7%는 주변에 콩훈주가 있다고 답했다. 쿵훈주는 연애와 사랑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결혼 공포로 결혼 결정을 미루는 이들로 정의된다.
결혼 공포증은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스린(石林) 북경사범대 교수는 “결혼 공포증은 어느 세대에도 있었다”며 “하지만 개혁 개방이 시작되고 한 자녀 갖기 사업이 펼쳐진 1980년 이후 태어낸 세대의 경우 유독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외동이로 가정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이들 ‘80후(後) 세대’의 경우 심리 성숙도가 비교적 늦은 데다 사회에 나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등을 받다 보니 결혼 공포증이 유난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청년보 조사에서 쿵훈주의 44% 가량이 80후세대라는 답변이 나왔다.
여기에 이혼이 급증하면서 결혼과 배우자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사회적 요인이 더해진다. 1985년 중국의 이혼부부는 45만 8,000쌍이었지만 95년에는 100만쌍을 넘어섰고, 2005년에는 무려 178만쌍이 이혼했다. 상하이(上海)의 경우 총결혼에서 재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을 넘어섰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결혼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68.9%가 이혼의 공포 및 이혼이 남길 어두운 그림자를 꼽았다. 이어 결혼 후 맡아야 할 여러 책임감(65%) 결혼 후 생활의 스트레스(56%) 등의 순이었다.
스린 교수는 “쿵훈주의 급증은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서로 다른 문화 환경, 성장 배경 속에서 자라 대도시에 몰려 있는 젊은이들은 인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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