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가 제주를 감싸고 있다면, 국내서 가장 높은 한라산은 섬 전체에 시원한 녹음을 드리우고 있다. 제주의 바다에서 뜨거운 여름에 맞서 즐겼다면, 이번엔 제주의 푸른 숲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해보자.
■ 제주도민의 휴식처 돈내코
큰 산엔 큰 계곡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한라산에선 큰 물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이 주된 토양이라 비가 오더라도 물이 금세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제주엔 물 흐르는 계곡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천지연폭포 상류의 솜반내나 강정천, 돈내코 등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이중 돈내코는 기암과 아담한 폭포까지 어우러진 곳으로 제주 사람들에게는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다. 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숲이 우거진 골짜기다. 백중날 제주민들은 이곳 폭포에서 물을 맞으며 백숙을 즐기곤 했다.
돈내코라는 지명은 ‘멧돼지(돈)들이 물을 먹던 하천(내)의 입구(코)’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워낙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울창해서 옛날에는 야생 멧돼지가 많았다고 한다. 구실잣밤나무, 멀구슬나무, 붉가시나무 등의 난대성 상록수가 울창한 숲으로 편안한 나무계단이 이어져 있다.
숲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나무계단을 걷다보면, 새소리와 물소리가 끊이질 않고 주위를 감싼다. 주차장에서 600m 거리에 돈내코 최고의 절경인 원앙폭포가 있다. 커다란 바위 사이 사이로 떨어지는 높이 4~5m 가량의 폭포다. 시원한 폭포수를 받아내는 비취빛의 소에선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돈내코 유원지 관리소 (064)792-8511
■ 삼나무숲의 절물휴양림
한라산 동쪽 중턱에 자리잡은 절물휴양림은 최근 뜨고 있는 관광지다. 절물휴양림을 찾아가는 드라이브 길에서 이미 녹음에 푹 젖어든다. 서귀포에서 한라산을 스쳐 제주로 넘어가는 1131번 도로는 고도가 조금 높아질 무렵 길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가지를 길게 뻗어 녹색의 숲 터널을 펼쳐보인다.
1131번 도로에서 1112번 도로로 접어들면 이번엔 길 양쪽으로 빽빽이 늘어선 삼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삼나무는 절물휴양림에 들어와서 온몸으로 다시 맞게 된다. 빽빽한 삼나무 숲 사이로 건강 산책로가 놓여있다. 쏟아지는 피톤치드에 몸을 적시는 길이다.
연못을 지나 약수터의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인 뒤 절물오름으로 올라보자. 800m 거리의 등산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아 어린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선 한라산과 일출봉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입장료 일반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휴양림 관리사무소 (064)721-7421
■ 초록 정령의 숲 비자림
삼나무길 1112번 도로를 타고 구좌 방면으로 내처 달리면 비자림을 만난다.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이다. 오름이 봉긋 솟은 초원지대에 자리한 비자림은 45만㎡ 규모로 300~800년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모여있다. 단일 수종이 이룬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검붉은 화산토의 산책로를 지나면 얼마 안 가 사방은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다. 뒤틀리고 희뿌연, 독특한 생김새의 비자나무 줄기 위로 녹색 덩굴이 타오르고 고운 이끼가 내려앉아있다. 온몸에 물씬 원시의 날내음이 적셔오는 숲이다.
산책로의 가장 안쪽에는 이 숲에 처음 비자를 뿌리내린 800년 수령의 조상목 ‘새천년 비자나무’가 있다. 둥치 둘레가 족히 어른 서너명이 양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는 굵기다. 수십 갈래 가지를 퍼뜨려 위엄을 갖춘 품이 신령스럽다. 내려오는 산책로는 이끼가 내려앉은 돌담과 어울려 또 다른 느낌이다. 입장료 일반 1,500원, 청소년ㆍ어린이 800원. (064)783-3857
제주=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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