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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주말人] <10> 서울시 의사회 문영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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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주말人] <10> 서울시 의사회 문영목 회장

입력
2008.07.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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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싸함니다", "고마씀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당산동 서울시 의사회 건물 5층.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정확한 발음으로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인사한다.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관절염 등에 시달려 2년 전부터 이곳을 찾고 있다는 조선족 출신 양모(58ㆍ여)씨는 "선생님 아니었으면 고향에도 못가고 한국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을 것"이라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외국인들의 인사를 한몸에 받는 주인공은 문영목(65) 서울시 의사회 회장이다. 그는 2003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서울시 의사회 의료봉사단 소속 의사 등 60명과 함께 '종합병원'을 꾸려 이역만리 타국에서 돈이 없어 고통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여기서는 모든 치료비가 무료다. 의사회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를 돌봐야 한다는 문 회장의 취지에 공감해 제약 회사는 물론이고 각계에서 적극 후원해 줘 넉넉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치료에 필요한 약은 무료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회의 또다른 관계자는 "문 회장은 남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봉사를 위해 병원을 폐업했다. 지난해 서울시 의사회 회장이 된 뒤 30년간 운영해 온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정형외과 문을 닫았다. 문 회장은 "자녀들이 모두 의대에 진학하고, 남루하지 않게 여생을 보낼 정도의 재산은 있다"며 "본격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병원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문 회장과 봉사활동과의 첫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회장은 평생의 반려자이면서 자신의 최대 후원자인 아내 최창희(61ㆍ서울위생병원 소아과 과장)씨와 함께 동료 의사 20여명이 참여한 '오지 봉사단'을 만들었다.

이후 매년 2회씩 해외 오지의 환자를 찾아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2월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한 시골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건강을 살폈다.

문 회장은 "의료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진정한 봉사를 위해서는 고생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의 봉사는 장소와 이유를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무조건 달려간다. 1월에는 의료봉사단 300여명을 급조해 기름 유출사고가 터진 충남 태안을 다녀오기도 했다.

문 회장은 "당초에는 유출 사고 피해가 안쓰러워 서울시 의사회 이름으로 후원금을 전달하러 갔는데 태안의 끔찍한 피해 현장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태안군청에 요청해 기름 방제작업이 제일 더디고,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곳을 추천 받아 현지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을 돌봤다.

봉사 활동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그지만, 문회장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다. 정작 자신은 빵점짜리 아버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의사회 활동과 봉사활동에 몰두하느라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할 시간 조차 내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버지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아들(피부과 전문의)과 딸(대학병원 인턴)이 모두 훌륭하게 자라준 것이 너무나 대견하고 무척이나 고맙다"고 밝혔다. 문 회장은 "20년 가까이 함께 의료봉사를 해온 아내와 함께 아들과 딸도 나서 도와준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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