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운 지음/바람의 아이들 발행ㆍ151쪽ㆍ9,000원
입심 세다는 ‘촛불세대’ 중학생 한 명을 옆에 앉혀놓고 수다를 듣는 느낌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 정현서. 계몽적인 태도로 자신의 일상을 통제하려는 엄마에게 한마디 지지 않고 말대꾸할 정도의 당돌함도 있지만,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서 있을 용기는 없다’는 독백처럼 기성체제에 적당히 타협적이다.
현서만큼 비중있는 인물은 그의 단짝친구 유혜리. 미래의 시인을 꿈꾸는 책벌레인 그녀는 규율과 통제에 대한 반항심으로 무장돼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때 헤어진 아빠의 기억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작품 <중학생 여러분> 은 닮은 듯 닮지않은 현서와 혜리를 중심으로 그 또래 아이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고민을 담고 있다. 6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맞물려 있는데, 작품의 생명력은 극적인 서사가 아니라 마치 중학교 교실에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발랄한 대화들이다. 중학생>
가령 장발유행에 비판적인 현서의 엄마가 “다른 애들이 머리를 다 길게 기른다고 따라하는 것은 주체적이지 못한 것 아니냐”라고 몰아붙이면 현서는 “우린 애들 전체가 집단적으로 주체적이야!”라고 맞받아 치는 식이다. 이들의 고민거리는 머리를 자르는 것이 과연 교육적일까, 대학에 진학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선행과 위선의 경계는 무엇일까, 자기 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일 가운에 무엇을 중시해야할까 같은 존재론적 고민까지 폭이 넓다.
부모라면 ‘아! 우리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갔구나’를, 자녀라면 ‘어른들이 우리들이 진짜로 이런 고민들을 하는 것을 과연 알 수 있을까’라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성장소설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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