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오일머니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첨탑과 주변을 둘러싼 독수리 머리조각으로 유명한 ‘뉴욕의 별’ 크라이슬러 빌딩을 접수하는 등 미국 부동산 사냥에 본격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가 독일 푸르덴셜파이낸셜이 보유하고 있던 크라이슬러빌딩 지분 75%를 인수했다고 외신들이 9일 일제히 보도했다. 인수가격은 8억달러(약 8,0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25%는 빌딩관리를 맡고 있는 티시먼 스페이어 프로퍼티가 소유하고 있다.
중동 오일머니의 맨해튼 대형 부동산 매입은 5월 두바이 쿠웨이트 카타르가 공동출자한 두바이의 사모펀드가 센트럴파크 인근에 위치한 50층짜리 GM빌딩을 보스턴프로퍼티, 골드만삭스와 함께 구입한 이후 두번째다. GM빌딩의 거래가격은 28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미국 부동산 거래 사상 단일 빌딩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동의 투자자들의 미국 내 자산 구입 규모는 올해 들어서만 18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두바이월드는 세계 2위 카지노업체인 MGM미라지가 라스베이거스에 짓고 있는 초호화 위락시설 ‘시티센터’의 지분 50%를 50억달러에 인수했다. 또 아부다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업이 합작해 미국의 부동산 개발회사를 14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뉴욕의 부동산 전문가는 “미국이 석유를 사기 위해 중동에 준 돈이 미국 부동산 투자 자금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은 뉴욕까지 부동산 하락세의 영향을 받는 와중에 중동의 큰손들이 잇따라 대형 부동산을 사들이며 가격을 떠받쳐 주는 것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한 뉴욕 부동산 전문가는 “크라이슬러빌딩 매각은 미국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건강하다는 신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2001년 건물을 구입한 후 7년 만에 매각한 푸르덴셜파이낸셜도 부동산 침체 속에서 큰 이익을 보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던 1980년대 말에서 1995년까지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내 부동산에 모두 780억달러를 투자했으나, 90년대 초 미국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투자금액의 50~80%를 손해봤다”고 지적해 최근 중동 오일머니의 미국 부동산 투자도 위험을 안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일본의 미국 부동산 투자 붐은 89년 미쓰비시가 뉴욕 록펠러센터를 8억 9,500만달러에 구입하면서 최고조에 달했으며, 그 이듬해부터 미국 부동산가격이 하락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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