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장수영바둑도장 박병규 6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장수영바둑도장 박병규 6단

입력
2008.07.14 00:18
0 0

1981년생, 올해 우리 나이 스물 여덟살. 장수영바둑도장의 실세(?)인 박병규 6단은 후진 양성을 시작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지만 요즘 제자들의 대한 사랑에 푹 빠졌다.

언젠가 매우 힘들었던 때 홀로 견디기 어려웠던 외로움과 정을 도장의 제자들과 지내며 너무 많이 나눠줘 이제는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얼마 전 병규 오빠와 대화를 하다가 내심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는 젊은 기사들의 모임 '소소회' 리그전에 토요일마다 참가하며 요즘도 여전히 바둑공부를 열심히 계속하고 있다. 물론 일차적인 목표는 자신의 기력 향상이다.

그러나 그가 매주 '노구'(소소회에서는 노장이다)를 이끌고 연구회에 빠지지 않는 더 큰 이유는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다. "제자들을 가르칠 때 유행 포석에 대한 감각이 떨어질까봐 그것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소소회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바둑도 유행이 있어서 신포석 연구나 초반 변화에서 최근 수법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유행의 시작이 대부분 소소회 리그에서 나온다. 공식 시합에서는 섣불리 시험해 볼 수 없는 기발한 변화도나 특이한 포석을 젊은 기사들이 시험 삼아 두어보며 연구를 하기 때문이다.

병규 오빠는 운동도 좋아해서 요즘은 연예인 야구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프로기사 야구팀 '기'에서 듬직한 주전 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얼마전 집에서 쉬다가 우연히 케이블TV에서 연예인 야구팀 '한'과의 경기 녹화방송을 보게 됐는데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정말 열심이다. 타격도 좋아서 박포수가 빠지면 팀 전력에 매우 타격이 크다나. .

이젠 선생님 티가 완전히 박혔다. 만나기만 하면 제자들 이야기다. 학생들과 나이차가 많지 않다는 게 오히려 좋은 점이 많단다. 때로는 형님처럼 혹은 오빠처럼 고민이 많은 사춘기 남녀 학생들과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위로하고 다독이는 모습이 무척 자상해 보인다.

특히 여자로서 병규 오빠에게 감탄한 게 또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바둑도장의 모든 시스템이 남자 위주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남자에 비해 체력이 약한데도 연구생 시절 나 역시 다른 남자애들과 함께 맨바닥에 앉아 하루 12시간씩 공부를 했다.

그러다 보니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날(?)에는 정말 입단이고 뭐고 다 그만 두고 싶었다. 그런데 병규 오빤 어느 틈에 그런 세세한 것까지 모두 신경 쓰고 따뜻하게 배려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내심으로는 10년 뒤쯤 여학생들만 키우는 도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때쯤에 병규 오빠는 전문가가 돼 있을테니 그에게 가장 먼저 조언을 구해야겠다. 모쪼록 지도자로서의 삶이 계속 보람차고 찬란하게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