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누적된 효과에 의해 민생이 엉망이 되면서 노무현 정부의 후반 들어 터져 나오기 시작한 민심의 표현이다. 그리고 결국 민심은 대선과정에서 각종 스캔들의 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부패 의혹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 사장과 청계천 신화라는 유능을 믿고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집권 5개월도 되지 않는 2008년 7월 현재 이명박 정부로 상징되는 보수정권,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2MB(메가 바이트)’라는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조롱이 상징하듯이 지난 10년의 개혁정권보다 더 무능했으면 무능했지 결코 유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오만하기까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쇠고기 협상과정은 캠프 데이비드 목장에 초대 받아 잠 한 번 자보려던 이 대통령의 치기어린 욕심도 욕심이지만 하다못해 영어번역까지 정반대로 한 무능의 극치였다. 최근의 경제위기만 해도 그렇다. 7% 성장 등 ‘747 공약’을 내세우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겠다던 큰 소리는 사라졌다.
대신 경제위기의 파열음과 고물가와 가계 빚으로 인한 민초들의 신임소리만 들리고 있다. 오죽 했으면 국내 외국기업인들 사이에서 이명박 정부의 747은 물가상승률 7%, 경제성장률 4%, 대통령지지율 7%라는 조롱이 유행하겠는가?
물론 현재의 경제위기는 국제유가 등 어쩔 수 없는 외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일반 서민들의 고통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엉뚱하게 고환율 정책을 고수해 고물가로 인한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을 자초한 이명박 정부의 무능도 크게 한 몫을 했다.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구호가 잘 보여주듯이 각종 스캔들로 도배를 한 김대중 정부라면 몰라도 최소한 노무현 정부는 민생 해결에 무능했지만 상대적으로 부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부패한 데다가 무능하기까지 한 것이다. 물론 BBK에 대한 의혹이 풀린 만큼 부패라는 의혹은 풀린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BBK 등과 상관없이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자식들을 자신의 회사에 위장취업시켜 돈을 빼낸 것만으로도 이 대통령은 충분히 부패한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투기 등으로 줄줄이 낙마한 측근들을 보면 ‘부패한 데다가 무능하기까지 한 정권’이라는 말을 충분히 들을 만하다.
진짜 문제는 이 대통령과 현 정권이 이에 그치지 않고 오만하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특히 촛불시위로 그 홍역을 치르고도 그러하다는 점이다. 이미 시장을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기이한 논리로 유임시키고 엉뚱하게 차관을 경질한 것 등 그 예는 사방에 널려 있다. 한마디로, 부패하고 무능한 데다가 오만하기까지 한 것이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행태로 판단한다면 ‘최악의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아찔하기만 하다.
한나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들이 바로 석 달 전 문제가 있다고 공천조차 주지 않은 사람을 당 대표로 선출하는가 하면 아닌 밤에 홍두깨 격으로 친박연대 등을 일괄 복귀시킨 몸집 불리기로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고 있으니 또 다른 오만의 표현이다.
거대여당 밀어붙이기도 걱정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만든 거대여당을 방패막이로 해서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설익고 무능한 자신의 정책들을 밀어붙여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부패하고 무능하고 오만하면서 불도저같은 것이다.
이 대통령이 민심에 반해 오만하게도 무능한 강 장관을 끼고 도는 것이 언론이 전하는 강 장관과의 소망교회 인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소망은 그나마 살아보겠다는 다수 민초들의 소망을 산산이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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