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주부MT족’이 크게 늘었다. 주부MT족은 기업체의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품평하거나 일정기간 직접 써보면서 품질 관련 개선점들을 점검해주는 주부모니터와 테스터를 통칭하는 말. MT로 활동하면 소정의 활동비는 물론, 해당 제품을 공짜로 받아 쓸 수 있어 알뜰 주부들 사이에서는 생활비를 절약하는 수단으로 각광 받는다. 올 들어 식음료 업체들이 주관하는 주부모니터 모집은 경쟁률이 수십 대 일로 치솟는 등 한푼이라도 아껴 살림에 보태려는 주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황현숙(44ㆍ서울 강서구)씨는 9일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CJ식품연구소 주부모니터 모임에 갔다가 이 곳에서 개발 중인 신제품을 한아름 받아왔다. 테스터용으로 포장된 간장부터 설탕 국수 등 온갖 먹거리는 물론이고 소정의 활동비까지 지급 받아 가슴이 뿌듯했다. 황씨는 동양매직 주부모니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ㆍ고교에 다니는 아이들 교육비는 제외하고 웬만한 생활비는 주부모니터 활동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는 그는 “어차피 먹거리는 다 사먹어야 하는 데 내 돈 주고 사느니 이런 활동을 통해 식품들을 공짜로 먹을 수 있으니 너무 좋다”고 했다.
백정아(37ㆍ서울 양천구)씨는 지난달 9일부터 해찬들에서 운영하는 체험단 활동을 시작했다. 3만원어치 제품을 사서 음식을 만들어 시식하고, 시식 후기를 업체 홈페이지에 올리면 재료값과 활동비(7만원)를 합쳐 10만원을 돌려 받는 행사로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다. 백씨는 “가능하면 먹거리는 각종 체험단 활동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모니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 중에는 오이 한 박스부터 이불까지 살림살이에 필요한 것 대부분을 사은품을 통해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은호(49ㆍ서울 마포구)씨도 모니터 활동을 통해 살림살이를 대부분 자급자족한다. 생리대 업체 모니터활동을 통해 쌓은 포인트로 화장품을 구입하고, 식품업체 사이버모니터 활동으로 햄이며 드레싱 등 식품을 조달한다. 제품 개발이나 개선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보는 즐거움도 남다르지만, 남편에게 손 벌리지않고도 소소한 경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다. 정씨는 “다만 최근엔 경쟁률이 높아진 탓인지 업체들이 나이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아 신경 쓰인다”고 웃었다.
실제 살림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각 업체들이 운영하는 주부모니터나 테스터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황현숙씨는 “2~3년 전만 해도 지원하면 바로 됐는데, 요즘은 주부모니터 관련 정보가 온라인에 뜨면 순식간에 경쟁률이 100대 1씩 나와 지원서 작성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코카콜라가 최근 출시한 혼합음료 ‘소켄비차’ 런칭 기념으로 13일까지 진행 중인 테스터 모집에는 200명 모집에 9일 현재 2만3,000명이 응모했다. 선발된 테스터에게는 소켄비차 1박스(24개)가 제공된다. CJ제일제당이 실시하는 사이버모니터와 식품연구소 주부모니터는 각각 1,000명과 350명을 뽑는 대규모 행사이지만 경쟁률이 4대 1을 넘나든다. 락앤락이 유리제품 안전성 홍보를 위해 4일부터 실시한 ‘락앤락 글라스 고집불통 체험단’ 모집은 4일만에 380명이 참가신청을 했다. 7만원 상당의 제품이 무료 증정되는 행사다.
연간 1~2회씩 주부모니터를 운영하는 동원F&B 모니터 운영 담당 차현정씨는 “제품 개선에 자기 의견이 반영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데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신제품이나 자주 접해보지 못한 제품들을 푸짐하게 챙겨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주부MT족 급증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전문적인 이벤트 헌터(이벤트만 전문적으로 찾아 다니는 사람들)로 변질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부모니터나 테스터 활용은 제품에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려는 것인 만큼 주변 홍보 목적도 있는데, 이벤트 헌터들의 경우 홍보 등의 노력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 참가자들과 전문적인 꾼들을 구별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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