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구명 로비 의혹 사건 수사가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김우중(71)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재미 무기거래상 조풍언(68ㆍ구속기소)씨를 통해 구명 로비를 시도한 사실은 확인했으나 로비의 실체는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를 끝냈다.
대검 중수부(부장 박용석)는 9일 김 전 회장이 1999년 대우그룹 퇴출 당시 정부 최고위층을 상대로 자금 지원 등을 요청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조씨에게 4,43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526억원)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김 전 회장이 로비 시도 사실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이 돈으로 대우정보시스템 258만주(71.5%)를 매입했으며 이 중 30%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에게 전달하기로 김 전 회장과 약속했다.
로비 대상자에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과 금융 부처 고위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적자금 환수를 피하기 위해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기소된 조씨에게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그러나 최 기획관은 “이들에게 실제로 로비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조씨의 해외 계좌 추적이 불가능해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비가 실제 이뤄진 단서는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조씨가 갑자기 귀국한 이유를 둘러싼 궁금증만 남긴 채 대우그룹 구명 로비의혹 수사는 사실상 미궁에 빠지게 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전 회장을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퇴출 당시 해외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빼돌린 회사자금 가운데 4,771만 달러로 대우개발 주식 776만주(1,100억원 상당)를 구입하고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유령회사인 ‘베스트리드리미티드’에 허위 양도한 혐의다.
검찰은 대우개발 주식 및 김 전 회장이 빼돌린 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134점(구입가 7억8,000만원)을 압류 처분했다. 최 기획관은 “김 전 회장의 다른 은닉 재산이 있는지도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05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재판에서 17조9,253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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