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으로 허리띠를 졸라 맬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이 갖가지 형태로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 기사 손모(44)씨. 그는 “연초 ㎏당 900원하던 LPG 가격이 1,100원으로 올라 아무리 더워도 혼자 있을 때는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탔을 때만 에어컨을 틀면 연료비를 10~2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냉방비를 아끼려고 대형 건물들이 실내온도를 섭씨 26도 이상으로 설정하자 직장인들은 넥타이를 풀었다. 주요 관공서는 물론 삼성, LG, SK, 금호아시아나 등 주요 대기업이 직원들에게 ‘노타이’ 상태에서 근무하도록 허락했다. 배모(35)씨는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체감온도를 섭씨 2도 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데, 편하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찜질방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찜질방 관계자는 “하루 평균 1,500~1,600명이 이곳에서 잠을 청한다”며 “고객들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수면실 온도를 섭씨 27도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30)씨는 “입장료 8,000원을 내면 사우나도 하고 1박 2일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며 “최근 일주일 사이에 3일을 찜질방에서 잤다”고 말했다.
적은 돈으로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특수냉매가 들어 있는 얼음방석(1,800원), 컴퓨터 전원으로 작동하는 USB 미니 선풍기(4,300원) 등 더위 퇴치 상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1만원 안팎의 저가 상품들이 특히 잘 팔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 서민들의 선택은 “그냥 참고 지낸다”이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송모(39)씨는 “무엇을 하든지 돈이 드는 것 아니냐”며 “참기 힘들 정도로 더우면 찬물로 샤워나 한두 번 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울수록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병원 박민선 가정의학과 교수는 “덥다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식욕이 떨어지고, 몸의 저항성도 약해져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승강기보다 계단을 이용하고, 저녁 식사 후 30분 정도 빠르게 걷기 등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필수”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이기 때문에 수분은 하루 2리터 가량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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