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투자여력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우리 경제의 투자여력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액에서 투자액을 뺀 ‘저축-투자 갭’은 지난해 10조9,000억원으로 2006년(11조6,000억원)보다 줄어들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 전체의 투자여력을 뜻하는 저축-투자 갭은 1990년대 외환위기 전까지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다 환란 후 플러스로 전환돼 1998년 59조2,000억원에 이르렀으나 2004년(34조8,000억원), 2005년(21조6,000억원)에 걸쳐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저축-투자 갭이 마이너스일 경우, 부족한 투자재원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고 통상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 증가로 이어진다.
가장 큰 원인은 개인부문의 저축액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 개인부문의 저축-투자 갭은 1990∼1997년에 연평균 21조6,000억원으로 저축이 투자를 압도했으나 2001∼2006년 4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개인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연평균 기준으로 1990∼1997년 14.7%에서 2000∼2007년 5.1%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 소득증가 둔화, 채무원리금 상환부담 가중, 고령화 진전, 해외소비 급증 등도 저축액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기업의 투자여력은 2000년대 들어 금융비용은 줄면서 이익이 늘어난 덕분에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2004∼2006년 기업의 현금성 자산 증가율이 연평균 7.8%로 둔화될 만큼 갈수록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의 재무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경상이익률은 더 이상 크게 나아지지 않는 데 비해 투자증가세는 전보다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은 2000년대 들어서도 대기업에 비해 투자여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홍직 한은 통향분석팀 과장은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기업 저축액도 줄고 개인 저축도 부진해지면서 투자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현재는 저축-투자 갭이 플러스 상태이지만 머지않아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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