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5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출발선에 8명의 선수가 나란히 섰다. 수영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모두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27)을 주목했다. 아테네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이언 소프가 은퇴한 상황에서 적수 없는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던 해켓. 그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350m 지점까지 경기는 모두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마지막 25초 동안 로드레이버 아레나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350m까지 4위에 머물렀던 동양의 한 무명 선수가 서서히 앞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수는 앞서있던 3명을 차례로 따돌린 뒤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수영 천재’ 박태환(19ㆍ단국대)이 세계 수영 무대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18세 소년 박태환은 방심하거나 들뜨지 않았다. 5개월 만의 재대결. 박태환은 같은해 8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으로 열린 일본 국제수영대회에서 다시 해켓을 만났다. 말 그대로 1년 뒤 베이징올림픽의 전초전 격인 이 대회에서 박태환은 해켓을 또 눌렀다. 그렇게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세계 최강의 길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박태환은 이후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다.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고 연예인들과 스캔들을 장식하는 동안 해켓은 예전의 위력을 되찾아 갔다. 박태환은 1년이 넘도록 자신의 기록을 줄이지 못하면서 지난 3월 호주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해켓이 3분43초15의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우는 장면을 바라봐야만 했다.
박태환의 소속사인 스피도의 야심작이었던 ‘박태환 전담팀’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박태환은 다시 짐을 싸 옛 스승 노민상 경영대표팀 총감독 밑으로 들어가 모든 걸 잊고 훈련에 전념했다. 50일 동안 휴가와 외박도 없이 구슬땀을 흘린 박태환은 지난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3분43초59의 개인최고기록이자 아시아신기록을 수립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박태환과 해켓의 자유형 400m 맞대결은 베이징올림픽 경영 종목의 주요 관전포인트로 꼽힐 만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해켓이 0.44초 차이로 앞서 있지만 어차피 베이징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세계최고기록(이언 소프 3분40초08)에 가까운 3분40초대 기록이 나와야 한다는 자체 분석이다.
그런 면에서 ‘지는 해’ 해켓보다는 나날이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는 박태환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 수영사에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이 기록될 수 있을지, 그 역사의 현장은 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8월10일 오전 11시 내셔널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펼쳐진다. 박태환과 해켓, 그 세기의 대결에 전세계 수영 팬들의 이목은 집중되고 있다.
■ 프로필
●박태환
생년월일 1989년 9월27일 신체조건 181cm/76kg 출신학교 도성초-대청중-경기고-단국대 주요경력 2006년 범태평양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400m, 1,500m 금메달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자유형 200m 400m 1,500m) 2007년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동메달, 400m 금메달 2007년 일본국제수영대회(프레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
●그랜트 해켓
생년월일 1980년 5월9일 신체조건 198cm/98kg 주요경력 1998년 퍼스 세계수영선수권 2관왕(자유형 1,500m, 800m 계영) 2000년 시드니올림픽 2관왕(자유형 1,500m, 800m 계영) 2001년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 2관왕(자유형 1,500m, 800m 계영) 2003년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 3관왕(자유형 800m, 1,500m, 800m 계영) 2004년 아테니올림픽 금메달(자유형 1,500m) 2005년 몬트리올 세계수영선수권 3관왕(자유형 400m 800m 1,500m)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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