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클래식 같다고 할까요.”
최준상(30ㆍ삼성전자승마단)은 승마 마장마술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이어 ‘피겨스케이팅’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승마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이는 ‘클래식’과 ‘피겨스케이팅’이야말로 마장마술을 가장 가슴에 와 닿게 하는 표현이었다. 말과 함께 연기를 펼쳐야 하는 마장마술은 정적이면서 역동적인 동작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또 마장마술의 경기 방식은 정해진 시간 내에 여러 동작을 표현해야 하는 피겨스케이팅과 비슷하다는 점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최준상은 지난달 1일 20년 만에 마장마술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1987년 친척의 권유로 말을 타기 시작한 최준상이 마장마술을 한지는 15년. 그는 2002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을 석권한 국내 마장마술의 선두주자이지만 세계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깝다. 국내에서 승마 마장마술의 인구는 40명 남짓. 올림픽 티켓 획득은 마장마술의 불모지라고 해도 다름 아닌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일군 쾌거라 무엇보다 값졌다.
과정도 험난했다. 최준상은 지난해 7월부터 11개월간 유럽 곳곳을 돌며 대회에 참가하며 랭킹포인트를 쌓고, 올림픽 본선 출전 자격요건을 채운 끝에 아시아ㆍ오세아니아에 배정된 1장의 개인전 올림픽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아시아권 선수들에겐 세계그랑프리대회 출전 조차도 쉽지 않았다. 승마의 중심인 유럽에서 대부분의 대회가 열리는데 질을 높이기 위해 경험 많은 기수들만 초빙한다.
이름이 없는 아시아 출신 기수들의 대회 신청은 거절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어렵게 잡은 대회 출전의 기회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꼭 출전해야 했다. 최준상은 “지난해 9월 2번째 그랑프리에서는 말이 아팠지만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라 출전을 강행했다”며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꺼냈다. 최준상은 마방(馬房)에서 밤을 지새는 등 힘겨운 올림픽 도전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힘든 여정은 이미 예상했다”며 “대회를 치르면서 주위의 격려와 박수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최준상의 도전기는 계속된다. 50명이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에서 200위권의 최준상은 세계랭킹 최하위. 그는 “올림픽에 대한 부담은 없다. 최선을 다하고 발전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최준상은 지난 달 16일 독일로 출국해 올림픽에 찾아올 더위에 대비해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 데 주안점을 두는 등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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